국내 철강 업계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조선업계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실적에서 수익 감소가 점쳐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와 조선사는 1년에 2번 개별적으로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현재 후판을 제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실적과 직결되는 후판 가격을 놓고 두 업계는 7월부터 하반기 협상에 들어갔지만 아직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우선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동결을 호소하고 있다. 수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도 선가가 그만큼 오르고 있지 않아 실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재료인 만큼 가격이 5만원 오를 경우 조선업계 원가 부담은 약 2600억원 늘어난다.
반대로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톤(t)당 3만~4만원으로 정하며 강하게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년간 조선업계 불황을 감안해 인상을 최대한 자제한데다 최고점인 2008년 110만원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므로 원재료가격 상승분만큼 가격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현재 후판은 톤당 7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인상을 강경하게 외치는 배경에는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의 요인이 있다. 과잉생산 감축일환으로 철강업계 구조조정에 나섰던 중국은 근래 무역전쟁 장기화, 경기둔화에 대응할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다시 철강 생산을 늘리고 있다.
세계 조강생산량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철광석 가격강세를 지속시키고 철강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원자재가격 인상분을 수요업체 부진으로 제품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철강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톤당 63달러대에 거래됐던 철광석 가격은 올해 7월 말 12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이달 초 9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포스코, 현대제철은 철광석 가격부담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14.7%, 38.1% 하락했다. 곧 발표되는 3분기 실적도 원재료 가격 부담에 따른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포스코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6조3213억원, 영업이익 1조686억원, 현대제철은 매출액 5조5719억원, 영업이익 2326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경우 3분기 실적에서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감소세는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