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 'MEG(모노에틸렌글리콜)'…재고 감소해도 가격 '하락세' 지속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수급 불균형으로 국내 화학업체의 피해도 예상돼"
글로벌 화학업계에 'MEG(모노에틸렌글리콜)'의 공급 과잉이 예상되면서 국내 생산업체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MEG의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생산 시설이 피격당한 이후, 그에 따른 영향으로 전 세계적인 공급의 차질 우려가 확대됐고 MEG 가격은 600달러를 상회했다. 하지만 이달 22일 기준 536달러를 기록하며 화학업계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노에틸렌글리콜의 가격은 9월 평균 605달러로 나타났으나 3주만에 11.4%가 하락하며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
MEG(모노에틸렌글리콜)는 석유 화학 제품의 일종으로서 에틸렌을 산화해 생산한 산화에틸렌을 물과 반응시켜 제조하는 무색무취의 액체다. 자동차에 활용되는 부동액의 원료이며 폴리에스터 제품의 주요한 원료로 사용된다. 화학사들은 에틸렌을 핵심 원료로 삼아, 이를 기반으로 PE(폴리에틸렌)·PVC(폴리비닐클로라이드)·SM(스타이렌모노머)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든다.
전 세계 MEG 재고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은 하향 조정되고 있어 화학업계에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동부의 MEG 재고는 가격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해왔다. 최근 들어 중국의 MEG 재고량(10월 4주 기준)은 전주 대비 2.8만톤 감소한 61.1만톤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연중 최저치 기록에 해당한다. 현재 MEG시장은 공급이 줄어들었음에도 시장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MEG 시장이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주요 원인에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공급시장의 활발한 움직임이 손꼽힌다. 미국 ME글로벌은 텍사스에서 연간 75만톤의 물량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최근 상업 가동에 들어갔으며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도 연간 74만톤이 생산가능한 설비를 시험 가동 중이다. 이밖에 중국의 헝리는 연간 90만톤의 MEG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11월 중 상업 가동하기 위해 원료 구매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수요 대비 공급이 과다할 것으로 전망되자, 그에 따른 우려가 시장에 반영돼 MEG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것.
MEG시장에서 공급과잉이 예상됨에 따라 국내 화학업체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현재 MEG시장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수급불균형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규 설비를 증설해 공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반면 국제 경기 둔화로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며 "모노에틸렌글리콜은 '단량체'라고 해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든다. 대부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해 국내 화학업체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