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첫 타자 '에쓰오일', 3분기 실적 나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
-내년 IMO 2020 시행…정유사들 실적 개선 효과로 '빛' 볼 수 있을까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3분기 실적 발표를 연이어 앞두고 있는 정유업계에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3일 공시된 에쓰오일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개선됐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정유사의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지표인 정제마진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실적 발표를 앞둔 정유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중국 해운사 제재 등으로 탱커 운임비가 급등하고, 중국의 정제처리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정제마진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의 둔화로 수요가 부진한 것도 정유사의 부담을 더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표 정유사인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 매출 6조2345억원, 영업이익 2307억원, 당기순이익 51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7조1879억원) 대비 13.3%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3157억원보다 26.9%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2299억원에서 516억원으로 77.6% 하락했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905억원 적자에서 3분기 흑자전환한 것은 사실이지만 낙관만 하고 있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한참 낮은 수치를 밑돌고 있기 때문.
올해 3분기 실적 공시를 앞둔 대부분의 정유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돼 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된다.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배경이 되고 있다.
각 정유사마다 다르지만 정제마진은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그런데 지난 10월 셋째주 기준 국내 복합정제마진은 3.8달러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제마진은 지난 9월 8.9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10월 둘째주 5.6달러로 떨어졌고 급기야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정제마진이 줄어든 배경에는 다양한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한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경기가 부진해 수요가 낮아진 것은 물론, 중국의 신규 설비 가동에 따른 정제처리량의 사상 최대치 경신 등 공급이 외려 늘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미국의 중국 해운사 제재로 인해 원유의 주요 운송 수단인 탱커의 운임비가 한 달새 6배가량 급등하며 운송비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정제마진을 자연스레 감소시키는 요인이 됐다. 정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급등한 탱커 운임비가 정제마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에 시행되는 IMO2020의 효과에 기대를 거는 모습도 보인다.
한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의 변동성이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기 자체가 부진해 역내 수요가 높지 않은 것도 문제다"면서도 "그럼에도 4분기에는 많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내년에 IMO2020이 시행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선사에서 원료 교체와 자사의 재고를 움직이려고 하는 노력이 보인다. IMO2020으로 인해 정제마진이 오를 것이라고 이미 많이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