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국회 의안과, 10월 마지막 날 입법안 185개 접수…181개가 민주당[/b]
[b]與, 현역 의원 입법 실적 평가…하위 20% 내년 총선서 공천 배제[/b]
[b]"같은 법안 단어만 바꿔 내면 실적 좋은 것 아니냐…평가 기준 문제"[/b]
20대 국회가 법안 처리율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여당에선 뒤늦게 '일하는 국회'를 위한 법안이 쏟아졌다. 모두 같은 날 발의 됐는데,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심사 평가에서 하위 성적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의안시스템 분석 결과, 20대 의회 본회의 법안 처리율은 지난달 말 기준 29.1%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총 2만2866건에 달하지만, 처리한 법안은 6621건에 불과하다.
계류 중인 1만6000여건의 법안은 내년 5월 29일이면 모두 자동 폐기된다. 앞서 2016년 5월 29일 임기를 마친 19대 국회의 자동 폐기 법안은 9809건이었다. 법안 처리율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이번 의회는 이보다 심각한 실정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앞서 '일하는 국회법'을 발의했고, 해당 법안은 지난 4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하는 국회법'은 각 상임위에 법안심사소위를 두 개 이상 설치하고, 매월 2회 이상 정례적으로 개회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다.
하지만 본격 시행한 6월부터 상임위별 이행률은 40%를 넘은 적이 없었고, 여당에선 뒤늦게 '일하는 국회'를 위한 입법안이 줄줄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주민 의원은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특별위원회로 바꾸고, 특위가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할 때 국민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국민배심원단을 설치·운영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 눈높이에서 의원을 징계한다는 목적이다.
혁신특위 소속 김경협 의원은 1년간 10% 이상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의원은 자격을 정지하고 제명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불출석 비율이 10% 이상이면 30일 이하 출석정지, 20% 이상이면 60일 이하 출석정지, 30% 초과는 제명 징계까지 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김병욱 의원의 경우 법안 발의 후 숙려기간이 지나면 위원회에 자동으로 상정하고, 위원회 상정 후 30일이 지난 법안은 자동으로 소위원회에 회부해 법안을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제도 마련에 나섰다.
이외에도 김정우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가 체제·심사 과정에서 겹치는 법안은 병합 심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고, 안민석 의원은 법안 심사를 위한 본회의를 짝수 달에 반드시 개의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안했다.
여당의 이런 법안은 모두 지난달 31일 같은 날 나왔다. 이날은 여야가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법안 164건을 처리한 날이지만, 국회 의안과에 접수된 법안이 185개에 달한 날이기도 하다. 이 중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181개로, 사실상 전부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뒤늦게 법안 마련에 나선 것을 '막바지 성과내기'로 보고 있다.
또 내년 총선 공천 심사에 잣대가 될 '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 때문으로도 풀이한다. 민주당 중앙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최종평가 심사대상 기간을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제출한 자료'로 규정한 바 있다.
이번 최종평가는 ▲의정활동 ▲기여활동 ▲공약이행활동 ▲지역활동으로 구성한다. 이 가운데 의정활동은 총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위원회는 대표발의 법안 수를 입법 수행실적 점수로 계산한다. 하위 20%는 공천 대상에서 걸러진다.
일각에선 여당의 이번 법안 대량 발의를 두고 '꼼수'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의원이 입법으로 평가받는 건 정당하지만, 평가 기준은 잘못됐다"며 "단순히 입법 수로 점수를 매기려는 기준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령 똑같은 내용의 법안을 단어만 바꿔 발의한 의원은 높은 실적을, 많지 않지만 심도 있는 법안을 낸 의원은 실적이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