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민 의견을 듣겠다며 구축한 정책 제안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이 공식 답변 대상 기준을 강화해 의제 공론화 문턱을 높이고 정책 수용률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시민들의 정치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2019년 민주주의 서울의 시민 제안 건수는 월평균 183건으로 2016년 232건과 비교해 약 21% 줄었다. 민주주의 서울에서 시민 참여가 줄어든 이유는 낮은 정치적 효능감 때문이다. 올해 서울시의 정책 수용 건수는 월평균 0.8건으로 2016년 9.1건 대비 91.21%(8.3건) 감소했다.
서울시 정책 제안 플랫폼 시민 제안 건수 및 수용 현황./ 서울시의회
'민주주의 서울'은 서울시의 시민 제안 사이트인 '천만상상 오아시스'의 한계점을 보완해 만든 시민 참여형 플랫폼이다. 시는 시민이 정책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천만상상 오아시스를 개편해 2017년 10월 민주주의 서울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시민들은 정책을 제안하거나 댓글을 작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해왔다. 지난 3년간 서울시 정책 제안 플랫폼(천만상상 오아시스, 민주주의 서울)의 참여자 수와 댓글 수, 정책 제안 건수는 증가했다. 정책 제안 플랫폼의 참여자 수는 2016년 6531명에서, 2017년 5397명, 2018년 5만3641명으로 8.2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댓글 수는 2023건에서 2만8799건으로 14.23배 이상, 정책 제안 건수는 2795건에서 3141건으로 12.38% 늘었다.
반면 서울시의 시민 의견 부서 검토 건수와 정책 수용 건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2016년 800건이었던 부서 검토 건수는 2017년 479건, 2018년 166건으로 79.25%(634건) 줄었다. 같은 기간 정책 수용 건수는 110건에서 30건으로 72.73%(80건) 감소했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주지 않자 시민 참여율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 민주주의 서울에 올라온 시민 제안 건수는 월평균 183건으로 2016년 232건과 비교해 21.12% 감소했다. 정책 수용 비율이 줄어 시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낮아진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시민참여형 민주주의 플랫폼 시스템 재개발을 위해 예산이 전년 대비 6억2200만원 증액 편성됐으나 민주주의 서울의 시민 제안 건수와 정책 수용 건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서울이 오픈한 직후인 2018년을 제외하고 실적이 천만상상 오아시스 때보다 줄었다"고 꼬집었다.
시는 업무 부담 가중과 소수의 제안 독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식 답변 기준을 강화했다. 부서검토 대상 기준은 2016년 공감 10건 이상에서 2017년 공감 5건 이상으로 완화됐다가 지난해 10월 공감 50건 이상으로 변경됐다. 이제 시민이 제안한 정책은 50명 이상이 공감해야 담당부서가 댓글로 답변을 달아준다.
시의회는 "시민 제안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그 결과 시민 제안 전체 건수에 비해 극히 일부만이 공론화와 정책 수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 소관 사항이 아니거나 권한 범위를 넘는 업무, 예산상의 문제와 같은 사유로 의미 있는 시민 제안이 공론화와 정책 수용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각 부처 및 기관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시스템을 마련해 시민제안 정책 수용 비율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