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항공업계, 일본 불매·보잉 이슈 등 다사다난…결국 이스타항공까지
-한일 정상회담 앞둬…경영난 최대 쟁점 '일본 노선' 수익 회복하나
국적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여객기 모습./사진=각 항공사
올해 항공업계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시작으로 일본 여행 보이콧부터 보잉 기체 결함 이슈까지 이례적인 대내외 변수가 연이어 발생하며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적자전환을 피하지 못했다.
통상 성수기로 여겨지는 3분기에도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아웃바운드 시장에 쏠려있는 국내 항공업계의 특성상 내국인 출국 수요가 둔화되며 타격이 컸다.
다만 최근 들어 보잉 737맥스의 생산이 중단되고 한일 정상회담이 실시되는 등 내년에는 항공사들의 숨통이 조금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등 항공업계는 활발한 M&A(인수 합병)가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되면서 항공업계에는 첫 항공 M&A의 신호탄이 터졌다. 이후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최종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계속된 경영 악화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던 이스타항공도 결국 제주항공에게 인수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항공사들의 활발한 인수 합병은 그만큼 항공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7월 무역규제를 두고 한일 간 관계가 악화되며 '보이콧 재팬' 움직임이 확대됐고 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단거리인 일본 노선에 집중했던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피해는 더 심각했다.
업계에 따르면 LCC들의 수익 절반가량이 일본 노선에서 비롯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월에는 보잉737NG 계열 항공기 13대에서 동체 균열이 발견돼 비운항에 따른 손실까지 겪어야 했다.
실제로 올해는 통상 성수기라고 여겨지는 3분기마저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가 적자전환했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도 영업손실 174억원, 당기순손실 301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영업이익 1179억원, 매출 3조2830억원으로 유일하게 흑자를 낸 대한항공도 영업이익과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0%, 3.7% 감소한 것이어서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웃바운드 시장에 치우쳐진 국내 항공업계의 특성상, 이미 둔화되고 있는 내국인 출국자 수요는 내년 시장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든다. 내국인이 출국하는 '아웃바운드' 시장은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둔화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7월 기준 출국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 2월을 제외하고 계속 한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심지어 지난 8월(-3.7%)과 9월(-7.9%), 10월(-8.3%)은 지난해 동기보다 줄어든 역성장을 나타냈다.
반면 항공업계에 공급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수급 불균형의 심화가 예상된다. 국토부는 지난 3월 신규 저비용 항공사 3사에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내줬다. 이미 플라이강원은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운항 중이며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는 내년 신규 취항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달 26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싱가포르 및 브루나이와 직항 자유화 협의를 맺으며 외항사의 한국 시장 진입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최근 에어뉴질랜드, 젯스타, 뱀부항공, 미얀마국제항공 등 다양한 국적의 외항사들이 신규 취항에 나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여러 변수들이 생기면서 올해 항공업계의 위기가 내년 기회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부터 운항이 재개될 것으로 보였던 보잉 737맥스8 항공기는 보잉사가 오는 1월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이미 도입 계약을 맺었던 국내 항공사들에게 외려 호재가 될 전망이다.
현재 여객 수요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운임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항공기 추가 도입은 오히려 적자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일 정상회담이 오는 24일 개최될 계획이어서 한일 문제 해소에 따른 일본 노선 수요의 회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업계로서는 금년을 넘기는 이 시점이 매우 의미있는 해가 될 것 같다. 아마 내년 한해는 새로워진 시장 구조에서 한해를 시작할 것이다"며 "이제 시장 재편이 마무리될 것이냐가 관심을 모으는데 핵심은 업황이 어떻게 변하느냐다. 특히 일본 무역규제의 완화 여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크게 보면 미중 무역갈등, 내수 경기 침체, 일본의 무역규제 등이 어떻게 해소되느냐에 달려있다. 이것이 장기적인 침체로 지속된다면 이런 재편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