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글로벌 공장 증설 多…배터리·태양광 등 환경규제 수혜 전망
-정유업계, 올해 힘들었던 '정제마진'…내년 IMO2020 '반등 기회로'
석화·정유업계는 올해 수요보다 공급이 커져 어려움을 겪었으나 내년에는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석유화학·정유업계는 유난히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에 따른 업황 부진을 겪으며 '보릿고개'를 보냈다. 석화·정유업계는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인 설비 증설 경쟁으로 공급과잉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돼 피해가 커졌다.
반면 내년 정유사들은 IMO2020 환경규제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석화업체들은 배터리와 태양광을 중심으로 업황 회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석화업계, '과잉' 설비 증설…'배터리·태양광'이 희망
25일 업계에 따르면 석화업체들은 올해 전세계적으로 이어진 공장 증설 '러시'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했다. MEG(모노에틸렌글리콜)이나 폴리에틸렌 등 주력 제품의 공급이 늘어나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화학사들의 핵심 원료라고 할 수 있는 에틸렌도 중국을 중심으로 '물량 공세'가 이어져 업황이 더 악화됐다.
특히 폴리에틸렌은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7년만에 손익분기점을 하회해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또한 에틸렌의 경우, 내년을 기점으로 약 1200만톤에 육박하는 신규 증설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석화업계가 가장 주력했던 분야 중 하나는 '배터리'다. 내년부터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환경규제가 강해지면서 주력 자동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보다는 전기차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내년뿐 아니라 점차 내연기관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강화되며 배터리는 석화업계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배터리가 탑재된 ESS(에너지저장장치)에서 화재가 끊이지 않아 여전히 '배터리 결함'을 두고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으로 배터리 생산 업체의 가장 큰 관건은 '안정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배터리 산업과 함께 태양광 분야도 환경 규제에 따른 수혜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1월부터 시행될 신기후체제를 1년 앞두고 각국은 석유·석탄 등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에너지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몇 년새 태양광 발전의 평균 'LCOE(에너지 균등화 발전 비용)'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석탄발전에 따른 에너지 균등화 발전 비용을 하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정제마진 '마이너스'까지…내년 IMO효과 '기대감'
올해 정유업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마저 'IPO(기업공개)'를 통해 탈석유 흐름에 따른 대비에 나서 정유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전세계적인 탈석유 기조는 '정제마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1월 셋째 주 주간기준 싱가포르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0.6달러로 18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인데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3분기 대부분 영업이익에서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대표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매출액 12조3725억원, 영업이익 33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3%, 60.5% 감소했다. 특히 석유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6.4%나 급감했다. 또한 GS칼텍스도 매출액 8조9457억원, 영업이익 322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8%, 49.3% 줄었다. 이밖에 3분기 영업이익에서 현대오일뱅크는 1578억(-34.3%), 에쓰오일은 2307억(-26.9%)을 기록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IMO2020 환경규제가 정유업계에 수익성을 제고시켜 줄 '반등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IMO(국제해사기구)는 전세계 모든 선박들을 대상으로 선박유 내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규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세 가지 대안 중 선박에 사용하는 기름을 저황유인 '경유(Disel)'로 교체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정유사는 저가의 벙커가 아닌 고가의 '경유(Disel)'를 판매함으로써 정제마진이 개선될 여지가 높아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제마진의 경우 싱가포르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국내 마진은 4달러 중반 정도 나온다. 그런데 국내 마진이 4달러 정도면 거의 손익분기점 수준이다"며 "그래서 업황이 지금 안 좋은데 그 이유가 10월달에 미국과 유럽 쪽에서 정기 보수가 있었고 11월에 정기 보수가 끝나서 다 가동률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이유로는 중국에서 원유 수입 쿼터를 늘리다보니 중국업체들이 수익성이 안 나옴에도 가동률을 올려서 지금 안 좋은 상태다"며 "하지만 내년이 되면 중국의 공급 부담이 조금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IMO 수혜까지 겹쳐진다고 하면 업황 자체는 내년 초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