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26일 실사 시작…최초 LCC 간 M&A 순탄하게 진행될까
-일본·동남아 등 노선 다수 겹쳐…"파이 키우는 규모의 경제로 봐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천 출발 일본 노선 비교./자료=각 항공사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26일부터 실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두 항공사 간 시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8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주식 전부를 사들이는 MOU를 체결하면서 국내 최초 저비용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26일부터 이스타항공에 대한 본격적인 실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결정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가를 두고 의문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최종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계획대로 이뤄질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8일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26일부터 본격적인 실사에 들어간다. 양해각서에 따라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했던 51.17%의 이스타항공 지분 전부를 인수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는 이달 26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진행되며 오는 31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다만 제주항공 관계자는 "실사라는 것이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니 약간의 일정 변동은 있을 수 있다"며 "우선 연내에 마무리를 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사 간 M&A는 통상 노선 다변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현재 다수의 노선이 중복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항공사의 인천 출발 전 노선은 총 45개(중복은 단일 노선으로 추합)로 그 가운데 16개 노선이 동일하다.
일본 노선의 경우 제주항공이 8개, 이스타항공이 7개를 운영 중인데 그 중 도쿄·삿포로·오사카·오키나와·후쿠오카 등 5개 노선이 겹친다. 두 항공사의 일본 노선 전체를 합친 10개 중 절반이 중복되는 것이다.
중국 지역도 도합 15개 노선 가운데 마카오·옌타이·홍콩 등 3개 노선이 동일하게 운항 중이다. 특히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경우, 전체 13개 노선 중 ▲베트남 나트랑·다낭·푸꾸옥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5개 노선이 같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도 그렇고 제주항공이 운항하는 노선 중 중복되는 노선이 있는데, 그럴 경우 중복이 된다 하더라도 인기가 충분히 많아서 탑승률을 유지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는 노선은 그냥 운항하면 된다"며 "하지만 노선이 중복되는데 어떻게 보면 굳이 두 군데서 다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노선의 경우 하나로만 운영하고 남는 기재를 다른 인기 혹은 싱글 노선에 투입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선 다변화보단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이번 M&A를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수합병할 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상호보완 관계로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못 보는 것 중 하나가 규모를 키워서 규모의 경제를 갖는 것이다"며 "이번엔 후자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봤을 때 겹치는 노선이 많다. 일단 인수합병 하게 되면 노선 구조조정 하게 될 것이고 그 다음에 규모의 경제를 키워서 항공운송산업 내에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는 그런 용도의 M&A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수평적 통합이라고도 많이 하는데, 비슷한 유형의 기업들이 파이를 더 키워나가기 위해서 인수합병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공정위에서 문제 삼거나 독과점 문제가 되기 전까지, LCC업계에서의 절대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는 경쟁사들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비슷한 예로 반도체 산업에서 그런 일이 많이 있었다. SK하이닉스도 계속 규모를 키워서 지금 위치까지 올라갔고 그래서 나머지 대만, 일본, 독일 업체들끼리 인수합병하는 경우도 많았고 산업구조적으로 접근해서 이번 사안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