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 인수 나섰지만… '실사' 길어져
아시아나 인수 실패 후 국적 항공사 3위로 도약?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 중이지만 예상보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지난달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 달 넘게 실사가 진행되는 등 진척이 없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에서는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이스타항공의 심각한 부채비율·높은 항공기 리스료 등은 이러한 '인수 무산설'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협상 결렬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사 일정을 다시 한번 연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1월 9일까지 실사를 마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실사 일정을 1월 중으로 미뤘고 2월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까지 실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자연스레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실사가 길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이스타항공의 열악한 재무구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몇 년새 항공업계 경쟁이 심화되며 점차 수익성이 악화됐고, 지난해부터는 일본 노선 부진·737맥스 이슈 등 사태까지 가세하며 상황이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은 약 484.4%에 달하며 자본잠식률은 47.93%로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열악한 재무 상태와 함께 이스타항공이 지불해야 하는 높은 항공기 운용리스 비용도 제주항공에 부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기준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22대를 맥쿼리 외 9개 리스회사와 운용리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1년 이내 6769억원, 5년 이내 1조9487억원 등 2023년까지 총 2조6256억원의 리스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비용이 높고 지배구조가 좀 복잡하다. 업체 쪽도 그것에 대해서 크게 부인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재무상태 쪽인지 지배구조 이슈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둘 다 문제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이제 인수를 안하겠다는 입장은 아니고, 조금 더 꼼꼼하게 들여다 봐야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아직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까지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시기상 연말, 연초, 설 연휴까지 겹치다보니 워낙 서류가 많아 시간이 조금 걸린다. 다만 1월 안에 빨리 처리하려고 한 것"이라며 "어쨌든 인수를 진행함에 있어서 협약 체결한 것에 대한 의지 등이 전혀 변함없는 건 사실이다. 일정 변경될 경우 1월내로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를 완료한 뒤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면 국적 항공사로서 입지를 더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제주항공은 총 항공기 68기를 보유하게 되며 국제선 여객 점유율이 12.6%, LCC 중에서는 43%로 3위 국적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