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후천적 면역내성의 발견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영국의 생물학자 피터 메더워는 바이러스를 '단백질로 감싼 나쁜 소식'이라고 표현했다. 나쁜 소식은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란 새 이름으로 전세계를 강타했다. 3일 기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누적 사망자 수는 361명으로 늘었다.
세균보다 훨씬 작고 미세한 바이러스는 주로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애리조나 대학교에서는 한 사무실 건물의 문손잡이에 가상의 '바이러스'를 묻혔뒀더니 약 4시간이 지나자 바이러스가 건물 전체로 퍼졌다. 바이러스 확진자들의 동선과 정보가 중요한 이유는 이 같은 접촉이 일어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이나 동물의 이동경로를 추적할 방안이 없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을 강타할 때도 감염자 수가 186명까지 늘어났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이후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검역 시스템이 갖춰졌다. 통신 3사와 연계해 로밍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검역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동통신 3사는 2017년 3월부터 방문국가나 출입국 시점 등의 정보를 보건복지부에 제공하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가 사용자 동의 없이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 관해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전에는 본인 동의 없이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위치정보 확인이 불가능했다.
최근에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아니라 개인이 IT 정보를 활용해 감염병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20대 대학생이 만든 '코로나맵'이 대표적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공식 정보를 통해 지금까지 나온 확진자들이 움직인 동선을 전국 지도에 표시했다. 프로그래밍 교육 동아리인 대학생 4명이 '코로나 알리미'란 사이트를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코로나맵에는 지도에 확진자 정보가 표시되고 이동경로가 각각의 색으로 표시돼 한눈에 확진자 동선을 확인하기 유용하다. 공개 하루만에 접속자는 240만명을 기록하며 폭발적 반응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나쁜 소식'이 어떤 경로로 퍼지고 있는지 좀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서 작은 'IT' 히어로들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거대 기업이나 기관이 아니라도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이런 인재들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IT 기술을 활용해 훗날 새로운 '나쁜 소식'의 예방에도 활용되는 '방패'가 될 수 있도록 갈고 닦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