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4일 군용물자의 조달체계를 개선해 병영생활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군용품 등 관련업계는 "퍽이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방사청은 "우수 상용품도 '그대로' 군에 납품될 수 있도록 조달 방식을 변경하여 일부 품목에 시범 적용하는 한편, 적격심사 기준을 개정해 군납 참여를 위한 문턱을 크게 낮추는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병들에게 나이키? 현실은 짝퉁 나이스
방사청의 설명대로라면 군납업체가 아닌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민간업체도 군납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춰지는 것이지만, 군납관련 전문가들과 민간업체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군납관련 전문가는 "특전사가 최근 보급한 특수작전용칼은 나이키를 사려다 나이스를 산 꼴"이라면서 "미국의 유명 메이커인 SOG사의 특수작전용 칼의 포장지까지 그대로 베낀 중국제 SWC 칼이 납품되고도 군 당국은 적법하다고 주장하는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우리 군의 최정예 부대이자 자존심인 특전사에는 그동안 짝퉁 방탄헬멧, 짝퉁 AVS 방탄복, 짝퉁 특수작전용 칼 등이 꾸준히 납품됐는데 그 이유는 아무나 입찰할 수 있는 '구매조달'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특전사에 납품된 하이컷 형태의 방탄복은 여성기업인 1인이 운영하는 디자인 회사, 짝퉁 특수작전용 칼 역시 여성기업인이 운영하는 에스테틱 업체, 짝퉁 방탄복은 통신가설회사가 구매대행을 하는 방식으로 납품되는 구매조달 방식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군용품 업계 관계자는 "구매요구서(무기체계의 ROC)에 제시된 규격과 성능은 해외 유명제품의 겁떼기를 따르는 수준으로, 정확한 성능구현을 위한 구매요구서를 단기간 보직을 거쳐가는 실무자들이 제대로 만들어 내기는 힘들다"면서 "더욱이 '국가를 당사자를 하는 계약법(이하 국계법)' 상에 특정국가, 특정브랜드를 명기할 수 없다는 근거로 짝퉁이 들어와도 적법하다는 입장만 정부 당국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국계법 개정은 못하고 구매조달로 역행하나
때문에 빨간약 바르기식의 표면적 기교보다 국계법 개정이라는 원천적 제도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 관계자는 "국계법 개정은 어렵다"면서 "피복과 급식관련 분야부터 구매조달 방식으로 전황해 군용품 조달 방식을 점진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렇지만, 생산능력도 없는 업체가 짝퉁을 적법이라는 포장지를 쓰고 납품이 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방사청은 다음달 초부터 장병이나 장병의 부모님 등 누구나 군용물자의 불만족 내용을 신고할 수 있는 '계약 불만 제로센터'를 운영해 철저한 계약이행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방사청 이하 국방기술품질원 등은 '어머니 장병급식피복모니터링단'을 운영해 왔지만, 모니터링단이 군용품 전문가가 아니기에 깊은 감시에는 한계가 있기때문이다. 또한 방사청은 민간전문가 등도 활용한다고 하지만, 무기체계보다 더 복잡한 이권이 얽힌 군용물자(전력지원물자) 분야에는 아직 국내에 이렇다 할 전문가 집단이 없다는게 군안팎의 의견이다.
군용품 등 전력지원물자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는 지상 및 특수작전연구회의 한 연구원은 "구매조달보다 업체가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고 자신들의 기술력을 앞세울 수 있는 제조도달 방식과, 국계법 개선을 통해 업체참가 자격을 기술력 등을 기준으로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왕정홍 방사청장은 "이번 군용물자 조달체계 개선을 통해 우수 군용물자를 조달해 우리 장병들의 병영생활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