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법, 20대 국회서 개정안만 42건 발의…수년째 낮잠
소상공인聯, 성명서 내고 "개정안 통과위해 국회 속히 나서야"
벤처투자법·벤처기업법 통과후 공포까지, 6개월~1년후 시행
20대 국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할 법안들의 운명도 엇갈리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법안은 정치권의 눈치로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고,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법안 중 큰 이견이 없는 것들은 어느새 국회 문턱을 넘고 본격 시행을 예정하는 등 희비를 보이면서다.
골목상권과 대형유통업체간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은 암초를 만난 반면, '벤처분야 양대 법안'으로 불리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순항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20대 국회서만 42건…통과 '오리무중'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모두 4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있는 발전을 꾀하는 동시에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1997년 만들어졌다. 이때문에 유통산업발전계획 수립 등 산업 발전을 위한 내용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과 같이 골목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백화점, 대형마트, SSM 등을 운영하는 유통대기업들은 이 법을 놓고 수세적인 입장을, 반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 있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은 공세적인 입장을 각각 취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경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대책과 후속 입법이 국회에서 논의돼야한다"면서 "특히 수 년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가 시급히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마당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더욱 위협하고 있어 국회 차원에서 추가 입법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발의된 42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가운데 김정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0명이 발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규모점포 등의 개설을 위해 필요한 행정절차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최대 20㎞ 이내 범위까지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존 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위인 1㎞로는 보존구역 제도의 취지를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개정안에는 유통산업발전법이 단순히 대규모점포 등의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중소유통기업, 영세 상인을 보호하고 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법 사무 주관부처를 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하도록 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초대형복합쇼핑몰·신종 유통 전문점·중형 식자재 마트 등을 적용 대상에 포함 ▲전통산업보존 구역 확대 ▲대규모 점포, 등록제→허가제 전환 ▲상권영향평가 객관성 제고 등의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면서 "연합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공문을 국회 산자위 위원 전원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벤처투자법·벤처기업법 본격 공포, 시행 '일사천리'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 후 처음 추진한 제1호 제정법안인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은 이날 공포를 거쳐 6개월 후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날 함께 공포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도 벤처기업 확인제도 등을 마무리 한 뒤 1년 후 시행된다.
벤처투자법은 기존의 '중소기업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법'에 흩어져 있던 투자제도를 통합한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투자법은 벤처캐피탈과 엔젤 투자자를 벤처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주체로 인정하고 육성하기 위한 의지가 담긴 법"이라면서 "여기엔 새로운 투자제도 도입, 운용사에 우선손실충당 요구 금지 등이 담겨 있어 국내 벤처투자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법은 국내법상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을 처음으로 규정했다. 조건부인수계약이란 자금을 먼저 지급한 뒤 투자에 따른 지분율은 후속 투자자의 기업가치 산정에 따라 결정되는 투자 계약방식을 말한다. 이때문에 기업가치 측정이 어려운 초기창업기업 투자에 활용하기하는데 제격이다.
창업기획자로 불리는 액셀러레이터도 전문인력과 자본금 등 일정 자격요건을 갖추면 벤처투자조합(투자펀드)을 결성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벤처펀드들이 창업초기펀드, 후속성장펀드 등으로 전문화하고 대형화할 수 있도록 창업자·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무비율(40% 이상) 적용 대상도 확대했다.
이와 함께 개정·공포된 벤처기업법은 ▲벤처기업확인제도 정부 주도→민간주도 전면 개편 ▲벤처창업 휴직제도 적용 대상 지자체 출연 연구기관 연구원 등으로 확대 ▲민간 '벤처기업확인위원회'가 기술성·사업성 심의해 벤처기업 확인 등의 내용이 두루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