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6G 오픈 심포지엄 2020'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 김나인 기자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마친 한국이 6세대(6G) 이동통신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해야 할 자원과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표준을 만드는 시간을 투입하는 등 시스템을 조성하고 산업 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해 6G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6G 주파수 전략을 미리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LG전자 등이 모인 5G포럼이 1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6G 오픈 심포지엄 2020'을 열고, 6G 준비를 위한 국내외 현안을 공유했다.
6G는 5G 보다 진화된 통신 기술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진화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5G포럼 집행위원장인 연세대 김동구 교수는 "6G 글로벌 R&D 패권이 시작됐고 올해 말이나 내년초부터 시작돼 논의가 2~3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5G포럼은 6G 국내외 대응을 위해 6G 테스크포스(TF) 추진팀과 실무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연합은 호라이즌-2020 프로젝트 후속으로 5G플러스와 6G를 연계해 호라이즌 유럽 프로젝트를 2021~2027년 계획하고 있고, 중국은 지난해 이미 국가 차원에 6G 기술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일본은 오는 6월 6G 국제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이날 모인 이동통신사, 제조사 패널들 또한 6G 논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뤄냈듯 6G에서도 기술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6G는 각 산업 간 연계가 중요한 5G의 연장선상으로 있어 5G를 진화시키는 데도 기술 선점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KT 이종식 인프라소장은 패널 토의를 통해 "갓 상용화를 시작한 5G는 기존 세대에 비해 (통신사 외) 다른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6G는 각 사업자들의 이니셔티브를 잡을 수 있어 지금이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 방향성을 잡고 가야 할 적기"라고 말했다.
6G의 소비자는 인간이 아닌 기계이기 때문에 '연결성'이 핵심으로 보인다는 언급도 나왔다.
삼성전자 이주호 펠로우는 "5G의 소비자가 인간이었다면, 6G는 기계를 위한 통신을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2030년이면 기계 수는 5000억개로 인구의 59배가 될텐데 기계는 사람과 달리 인지의 제한이 없어 모두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6G가 구현할 기술로는 테라헤르츠, 통신과 컴퓨팅의 융합, 확장현실(XR) 등이 꼽혔다. LG전자 정재훈 CTO 부문 미래기술센터 책임은 "5G로 들어오면서 미디어에 모바일 엣지컴퓨팅(MEC)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제조사들도 XR 디바이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6G 주파수 전략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LG유플러스 이성헌 네트워크개발 담당은 "사업자 관점에서는 어느 주파수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획득해 사용하느냐가 미래 먹거리가 된다"며 "일본은 해당 주파수를 정부에서 조달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반면, 한국은 주파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떤 주파수가 6G와 가장 잘 맞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6G 이동통신 R&D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위한 첫 관문인 기술성평가(예타 대상 선정)를 통과한 상태다. 정부는 2028년 6G 상용화를 목표로, 민·관이 9760억원을 6G R&D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최성호 R&D정책담당(PM)은 "경쟁력을 위해 학계 등 국내 연구자들이 소통, 협력할 수 있는 기술 확장 오픈 R&D가 추진돼야 한다"며 "국가가 R&D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달성한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이동통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이동통신의 비전과 핵심 기술 개발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