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예방법 42조가 있지만 의사에게 강제 검사 권한 없어
'수퍼전파자' 법적 책임 묻기 어려워…미필적 고의 인정되야 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검사 거부와 바이러스 전파와 관련한 법적 처벌에 관심이 쏠린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최초 확진 판정을 받았던 31번째 환자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31번째 환자는 교통사고로 입원 중에 폐렴 증상이 나타나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지만, 이를 두 차례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로나19 강제검사 요구와 함께 처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염병 의심환자가 조사나 진찰을 거부하거나 보건당국의 입원·격리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을 수는 있지만, 법률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검진 권고 거부해도 처벌 어려워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었는데도 의사의 검진 권고를 거부했다가 양성 판정을 받은 '31번 환자'를 처벌하긴 어렵다. 당시 31번 환자는 해외여행력이 없다고 보건당국에 진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질병관리본부 측의 설명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31번 환자가)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 감염병예방법 42조를 적용할 수 없다"며 "또 의사가 검사를 권고한 것이라 그 권고를 안 받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역학조사에 비협조적인 경우 어떤 조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환자가 진단을 거부한 경우에 강제처분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강제처분 권한이 의료진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감염예방법 42조' 강제 검사 의료진 불가능
현행법상 강제처분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공무원으로 정작 의료진은 포함되지 않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2조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환자 등이 있다고 인정되는 주거시설 등에 들어가 필요한 조사나 진찰을 하게 할 수 있으며, 진찰 결과 감염병환자 등으로 인정될 때에는 동행해 치료받게 하거나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감염병환자'에는 감염병 의사환자(의심환자)도 포함되는데, 코로나19 의사환자가 이 조항을 무시해 강제처분에 따르지않거나 입원·치료를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감염병 의사환자로 분류되려면 중국 등 해외에 갔다왔다거나, 감염자와 접촉했다거나, 확진자들이 다녀간 장소에 방문하는 등 역학조사상 관련성까지 인정돼야 한다. 기침이나 발열 같은 임상적 특징만으로는 감염병 의사환자로 볼 수 없어 강제처분 대상이 아니어서 검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퍼전파자' 법적 책임 묻기 어려워
어머니에게 간 이식 수술을 한 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아 간 이식 병동이 지난 22일 임시 폐쇄됐다. 간 이식 수술을 한 딸 A씨는 신천지 신도로 나타났다. 간 이식 수술은 대구가톨릭병원에서 지난 18일 진행됐다. 대구가톨릭병원 측은 22일 "A씨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서 간 이식 122병동은 임시 폐쇄된 상태이고, A씨는 곧바로 병원 내 음압병상에 격리했다"고 밝혔다.
같은 병원에서 최근 신천지 신도인 한 간호사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서, 응급실과 호흡기 병동 일부가 폐쇄되는 일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전공의 등 의료진들도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됐다.
병원을 비롯해 불특정 다수에게 감염병 바이러스를 퍼뜨린 '수퍼 전파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코로나 확진자의 이동이나 행동으로 감염자가 늘었다 하더라도, 고의적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려고 한 행동이 아니라면 아니었다면 처벌하기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다만 미필적으로나마 고의가 인정되면 처벌될 수 있다.
현행법상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의 경우에도 감염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를 가져 에이즈를 옮길 경우 상해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코로나 보균자가 의도적으로 균을 옮기고 질병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 그러나 인가관계에 대한 입증이 가능하다면 상해죄나 과실치상죄가 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 행세 처벌 가능
광주서 병원 도주극을 벌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자가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동(음압격리병실)에 들어갔다.
지난 22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5분쯤 조선대학교병원에서 도망쳤다가 본인 발로 돌아온 B(24)씨가 음압 병상을 배정받아 코로나19 검사 절차에 들어갔다. B씨는 이날 오후 4시쯤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 내 대형 서점에서 쓰러진 뒤 '신천지 신자', '대구 방문', '중국인 접촉' 등 행적을 주장했다. 119구급차를 타고 오후 4시 48분쯤 조선대병원에 도착한 A씨는 약 3시간 뒤 건물 후문으로 달아났다. 코로나19 검사 절차를 안내하는 의료진이 잠시 관심을 돌린 사이 병원을 빠져나간 A씨는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했다가 약 1시간 만에 돌아왔다.
23일 보건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와 이날 오전 경기도 집으로 돌아갔다.
B씨는 서점 영업 방해와 행정력 낭비 혐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감염예방법과 관련해 A씨를 처벌할 규정은 따로 없다.
◆국회, 검사 거부시 벌금 300만 원 법 개정 추진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감염병 의심 환자 등이 격리나 입원을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처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자리에서는 '감염병 병원체 검사를 거부한 자'에게 벌금 3백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도 논의됐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국회는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포함된 '코로나 3법' 처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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