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변호사의 노동법률 읽기] 영화 기생충과 표준근로계약서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스태프와 제작사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를 준수하였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근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영화계에서는 스태프들이 제작사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법정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일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영화 스태프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입법으로 이어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2015. 5. 18. 개정시 영화업자가 영화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 근로시간,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하고(제3조의4),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제96조의2).
또한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장, 확산시키기 위한 규정을 두어 문화체육부장관과 영화진흥위원회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영화업자에 대해 영화발전기금 지원 등 재정지원에서 우대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두었다(제3조의5). 그 후 영화진흥위원회가 밝힌 바에 의하면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영화는 2015년 약 36%에서 2018년 약 77%까지 늘어났다.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에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등과 관련하여 기생충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고 영화계 흐름에 따라 잘 지키며 작업을 했을 뿐이라고 답변한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공하는 영화산업 표준근로계약서를 살펴보면, 업무 내용에 관하여 제작단계별로 세부 업무를 근로계약서에 구분하여 명시하도록 하고,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시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통상적인 출퇴근시간이 아닌 원거리 로케이션으로 인한 이동시간, 촬영을 위한 준비, 정리, 대기, 이동시간 등이 그 예이다.
또한 표준근로계약서에서는 사용자의 4대 보험 가입 의무를 규정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종료 후 연속하여 10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는 등 영화계 근로환경의 실질적인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법원도 지난 해 10월 영화 제작사 스태프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영화 제작사 대표의 임금체불이 문제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에서 1심은 스태프들이 고정된 월 급여를 지급받은 점,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사무실을 제공받아 일정한 출근시간에 출근한 점, 업무에 필요한 자재 등 비용을 제작사 대표가 부담한 점, 프로덕션 기간 중 제작사 대표가 최종 승인한 월간 촬영계획표 등에 따라 근무하였고 스태프들에게 일정 변경에 관한 재량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영화 제작 스태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나아가 “최근 영화 제작자와 근로자 사이에는 표준계약서 등을 활용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전제로 고용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이 사건에서도 스태프의 근무 형태가 다른 영화 제작의 경우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제작사 대표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대법원에서도 상고가 기각되어 원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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