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비롯한 연이은 악재에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패션업계 지형이 바뀌고 있다.
◆"올봄에 사활 걸었는데" 부진 장기화
패션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 1분기는 물론 올해 전체 실적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지난겨울 올겨울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방한복 판매가 부진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면서 업계는 올해 봄 장사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면서 봄 장사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패션업계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4분기 주요 패션업체들은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영업이익은 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9% 감소했고, 삼성물산 패션 부문 영업이익은 3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연이은 SS시즌 소비 위축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패션업계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한한령 해제로 인해 중국 바이어들의 대거 유입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국내 최대 패션행사인 서울패션위크(SFW)를 비롯해 당초 예정된 국·내외 패션업계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신진 브랜드를 발굴하고 국내외로 제품을 유통할 기회마저 모두 물거품이 됐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패션 브랜드가 2020 SS 시즌을 맞아 신제품 출시 준비와 함께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유명 바이어들의 참석이 불가능해지면서 행사도 연이어 취소됐고, 향후 계획이 불투명해졌다"고 하소연했다.
◆파는 건 다음문제…제품 수급부터 어려워
코로나19로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중국 공장 의존도가 높은 도매상과 중소 브랜드들은 제품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
국내 대형 패션업체들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해 직접적인 피해가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국내 패션업체의 중국 의존도는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의류 수입량이 지난 2014년 5936만 7000달러(709억 원)에서 해마다 늘어 2017년엔 7909만6000달러(약 945억 원)어치가 유입됐다. 특히 영세한 곳일수록 중국 공장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크다.
봄 상품은 이미 국내로 유입됐지만, 당장 여름 제품부터는 수급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동남아시아나 국내 공장에서 직접 완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중국산 원·부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제작하는 곳이 많은 것이 약점이다. 방글라데시는 섬유 원자재 가운데 약 50%, 베트남은 약 4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패션 시장 재편은 시작됐다…이 커머스 강화
코로나19 사태는 패션 마켓의 지형을 바꾸는 트리거가 됐다.
이미 1~2년 전부터 패션업계는 소비침체로 인한 매출 증가의 한계를 감지했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이동하는 소비패턴을 인지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패션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번 코로나19사태를 겪으면서도 온라인이 탄탄하고 오프라인 의존도가 낮은 브랜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통 패션 기업도 대규모 '온라인' 할인행사를 통해 오프라인 부진을 만회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랜드 몰도 지난달 매출이 20% 신장했고, 한섬닷컴은 2월 매출이 전년 대비 약 50% 성장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라 부진을 만회하긴 역부족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패션업계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채널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엘에프, 코오롱, 한섬 등 패션 대기업들은 자사몰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 중이다. 위비스와 신원은 온라인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조직을 새로 세팅하고, 온라인 브랜드를 새롭게 출시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과거 의류 소비자는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했지만, 점점 트렌드가 바뀌면서 자사몰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해졌다"며 "유통채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사몰에 브랜드 스토리를 올림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충성고객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패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와 자사몰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매출확대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탈(脫)중국이 아닌 생존을 위한 다각화
국내 패션 기업의 생산국이자 바이어로서의 중국 의존도는 점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패션 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인건비가 많이 오르면서 중국 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로 생산기지를 다변화시켰다. 중국의존도가 높았던 저가 영세업들과 중소기업들도 당장 여름상품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빠르게 국내 및 동남아시아 등지로 생산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빈폴, 에잇세컨즈 일부 제품이 중국 칭다오, 다롄의 협력공장으로부터 받고 있다. 당장 SS시즌 제품은 안정적으로 수급한 상태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FW시즌 신상품 생산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바이어에 대한 다각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큰손으로 소문난 중국 바이어들의 국내 패션위크 불참으로 패션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유럽과 미주, 중동 바이어를 공략할 계기가 됐다는 것이 일부 패션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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