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KOICA)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늑장 대처로 인해 해외 봉사단원 귀국에 차질을 빚고 있다. 봉사단원이 귀국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코로나19 관련 건강검진도 받지 못한 채 급히 귀국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코이카 측은 허술한 대응을 은폐 축소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담당자 "취재 너무 빨리 시작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한 지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코이카가 봉사단원 귀국을 추진하면서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코이카가 지난 20일 42개 개발도상국에 파견된 봉사단원과 동반 가족의 귀국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와 미국 평화봉사단(PeaceCorps)은 각각 15일과 17일부터 해외 봉사단 단원을 귀국 조치시켰다.
코이카는 전파견국 비필수 인력 일시귀국(대피)을 사전에 준비하도록 지난 16일 지시했고 18일 해외 비필수인력 전원대상 순차적 일시귀국(대피) 시행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그러나 코이카 홈페이지 공지와 코이카 홍보담당자의 말은 달랐다. 코이카 홍보담당자는 18일 오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시 귀국과 관련해 어제오늘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봉사자에 관해서는 돌아올지 말지에 대해 현재 선별작업 중이다. '일시 귀국 할지도 모르니 준비해라' 수준이다.
코이카는 외교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외교부의 최종 지침을 기다려야 한다. 각 나라 사정에 따라 일시귀국조치가 필요할 경우, 현지 대사관과 협조해서 귀국절차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기자가)너무 빨리 취재를 시작한 것 같다. 당장은 몇 개의 국가에서 몇 명이 돌아오는지 정리된 자료가 없다.내일 다시 전화하면 정리된 정보를 드리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늘길 막혀 봉사자 '발 동동'
실제 파견국이 하늘길과 국경을 막고 있어 봉사자들의 귀국 길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은 대부분 한국 직항 노선이 없어 유럽, 미국, 중동 국가들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국경을 봉쇄하거나 하늘길을 통제하고 있어 항공권을 구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과 아프리카 간 항공 노선은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을 거쳐야 하지만 외국인 입국이 전면 금지됐다. 두바이 국제공항이 경유를 허가하지만, 공항에서 14일간 격리해 안전을 보장받아야 출발할 수 있다.
온두라스의 봉사자 A 씨는 "온두라스가 국경을 폐쇄한다고 밝히면서 육로로 이웃 나라인 니카라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던 귀국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공지 받았다"며 "비행기 편을 확보하기 어려워 일단은 수도에 모여서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받았다. 비행기 편을 언제 확보할지 몰라 언제까지 대기해야 할지 모른 채 마냥 기다렸다"고 밝혔다.
A 씨는 "수도에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온두라스 정부는 모든 상가 문을 닫고 24시간 통행금지를 명했다. 그런 와중에 사무실에서는 식량확보가 안되니 봉사자들에게 음식을 알아서 챙겨오라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온두라스 봉사자들은 지난 21일 미국 마이애미를 경유해, 22일 뉴욕에 도착했다. 이들은 미국을 거친 뒤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다.
◆대처보다는 은폐?
코이카 측은 늦장 및 허술 대응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코이카 홍보담당자는 "이탈리아와 이란 등 유럽의 경우 코로나가 심각하지만, 코이카 봉사단원이 파견된 국가는 아프리카나 중동 등 개발도상국으로 코로나로부터 위험하지 않다. 현지 대사관에서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일시귀국 조치할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감췄다. 그는 오히려 "어디서 일시 귀국 정보를 들었냐. SNS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냐"고 역으로 물었다.
일부 국가 사무실에서는 일시 귀국과 관련해 '언금(언급금지)'를 내렸다. 베트남에 파견 봉사를 나간 B 씨는 "19일에 '일시귀국 관련, SNS 및 카톡 등으로 일시귀국 내용 게시 및 외부 언급 자제 부탁한다. 봉사단원 일시 귀국으로 인한 교민사회 동요 및 수원기관 측에 부정적인 인식 최소화를 위해, 일시귀국에 관한 내용 업로드를 자제하여 주시길 당부한다'는 전체 공지를 받았다"라며 "본인들도 걸리는 것이 있으니 언금 조처를 내린 것 같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귀국 후 어찌 해야 하나
일원화되지 않고 불확실한 공지에 봉사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입국이 시작된 현재는 봉사단원에게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는 공지가 전달됐지만 18일까지 확실한 공지가 전달되지 않았다.
자녀가 코이카 봉사단으로 간 C 씨는 "16일 일시 귀국한다는 통보만 받고, 코로나 관련해 어떤 검사를 받을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전달받지 못한 상태였다. 봉사자와 가족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19일이 돼서야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여전히 정보가 산발적이어서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남미지역으로 봉사를 간 D 씨는 "사무실마다 역량 차이가 크다. 주기적으로 건강상태를 보고하라는 국가도 있지만, 내가 있는 지역은 두 번 건강검진을 받은 단원이 있지만, 한 번도 받지 않은 단원도 있다"고 말했다.
'봉사자 중 이상증세가 있는 사람은 없냐'는 질문에 코이카 측은 "지금 질문은 전 세계 교민들의 건강상태를 물어보는 거나 다름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42개 개발도상국에 파견된 코이카 봉사단원과 가족의 수는 1457명이다.
귀국 후 일정에 대해서도 불확실하다.
A 씨는 "귀국 후에 대한 일정이 18일 본부에서 나온 안내문 한 장이 전부다. 자세하게 안내받았다고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시 귀국하겠다는 봉사단원 중에서 봉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일시 귀국 후 코이카 측에서 관리하기 어려우니 조기귀국 처리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며 "조기 귀국은 귀국 정착금을 주면 관리가 한 번에 끝나지만, 일시 귀국은 매달 생활비도 챙겨줘야 하고 이후 프로그램도 고려해야 하니 그런 거 같다. 일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본인들이 일을 늦게 처리하고 봉사단원의 꿈을 짓밟는 거 같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봉사단과 가족은 개인 방역을 위한 필수 행동 지침,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관리 지침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 후 국내로 입국하며 코로나19 특별입국절차에 따라 음성 판정 시 2주 동안 자가 격리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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