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Honor)는 스스로 갈고 닦는 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의 마음속에 저절로 새겨져 쌓이는 자부심이어서 엿가락 늘리듯이 마음대로 늘리지도 못하고 화장하듯 분칠할 수도 없다. 명성(Reputation)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로 까닭 없이 요란하게 색칠되다가도, 이유 없이 시꺼멓게 먹칠되기도 한다.
명예와 명성은 부분적으로 같기도 하지만 근본부터 다른데도, 많은 이들이 명예와 명성을 혼동하고 있다. 명예는 스스로의 절제된 자세와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기에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명성을 얻고 지켜나가려면 나 아닌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혀를 움직이게 하는 노력을 이중 삼중으로 기우려야 하지만, 어느 순간 비눗방울 날라 가듯 흩어져버린다.
서로 결합해 살아야 하는 공동사회(Gemeinschaft)의 일원으로서 사회적동물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 남의 시선이나 평판을 무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다 보면, 허위의식에 빠져 쓸데없는 덧칠을 하다가 스스로 체면을 구기기가 쉽다. 언제가 있었던 유명인사의 박사논문표절(?)과 학위취소판정, 그리고 불복소송제기라는 일련의 사태는 수치심이나 죄의식을 상실해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자만심의 상처 사이에서 상당히 고민 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마음속 명예보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따지며 명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양심, 윤리, 도덕 같은 인간의 기본 도리는 거추장스러운 장식물로 변하기 쉽다. 그러다 보면, 20세기 중반 리스만(D. Riesman)이 지적한 바와 같이, 사람으로 하여금 양심에 어긋나거나 그릇된 행동을 스스로 제어하거나 불의에 저항하게 만드는 수치심이나 죄의식이 없어지게 된다. 그 대신 자신의 실체가 대중에게 들어날까 두려워 불안해하고 번민하게 된다.
그 이전 19세기말 니체는 "헛된 명성을 즐기는 자는 한편으로는 자기기만(self-deception)에 도취되어 있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본 모습이 밝혀질까 근심과 걱정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가짜 유언장으로 상속받은 재산의 소유자와 같다" 하였다. 진실하지 않은 것을 진실로 여기도록 스스로를 오도하고 그릇된 신념을 덧칠하여 억지로 정당화하려는 행위가 자기기만이다. 땀 흘리지 않고 재물을 쌓아 올린 인간이 감추려면 감출수록 마음구석, 무의식세계에서는 불행의 바이러스를 스스로 배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불가에서는 깨닫지 못한 자가 스스로 깨달은 것처럼 으스대며 남을 속이려는 행태를 용서받지 못할 '대망어(大妄語)'라고 경계한다. 명성을 팔아 사람들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사이비 교주나 혹세무민하는 궤변가들은 이승이 아니더라도 다음 저승 가서는 벌을 받게 될 거라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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