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하자."
우리는 살면서 곤란하거나 억울한 문제가 생겨 해결이 어려울 때 이 말을 쓰곤 한다. 법이 공정하고 정의로울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사회 정의와 반대되는 결과를 자주 마주해왔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텔레그램에 유포한 'n번방'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 요구가 거세다. 운영자 중 한 명인 조주빈이 잡히긴 했지만 n번방에 속해있던 사람만 26만명(중복포함)에 달한다.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접속링크를 획득하고, 영상을 보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는 것만으로도 2차 가해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1번방에서 2번방으로, 2번방에서 3번방으로 방을 이동할 때마다 수위와 금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해 n번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방에서는 피해자의 얼굴과 함께 이름, 집주소 등도 공개됐다고 한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한다'는 청원은 25일 오후 2시 기준 188만7460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26만명의 구매자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반드시 재발할 수밖에 없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는 점에서도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영국의 경우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모든 형태의 외설사진이나 그에 준하는 영상을 만드는 데 개입하면 모두 처벌한다. 아동 성착취물을 단순히 소유하기만 해도 체포 대상이며,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아동 포르노물임을 알면서 소유했을 경우 10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포르노물에 등장하는 미성년자가 12세 미만이면 형량은 최대 20년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동 성착취물을 소유했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의 형량이 죄질에 비해 가볍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신체와 합성한 영상인 딥페이크 포르노도 그중 하나다.
제대로 된 처벌이 나오지 않는 이상 n번방과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고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좋은 법이든 좋지 않은 법이든 우리의 삶과 늘 함께했다. 법을 고쳐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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