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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유명무실한 21세기 신문고 '민주주의 서울'

 

 

태종은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직접 해결해주기 위해 대궐 밖 문루에 '신문고'를 달았다. 당시 백성들은 분통한 일이 있으면 북을 쳐 임금에게 알렸다. 시정의 득실을 살피고 국가의 혼란을 예방하는 조선의 대표적 민의상달 제도는 21세기 서울에도 존재한다.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서울이 바뀝니다!" 서울시의 온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의 캐치프레이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 침체로 이중고를 겪는 자영업자들이 서울시의 신문고를 두드렸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씨와 장씨, 요식업을 하는 가족을 둔 조씨 등은 '민주주의 서울'에 공공배달앱을 개발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을 올렸다. 공공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은 배달앱 이용 수수료와 광고비, 가입비가 없는 상생 어플로, 이달 13일 전북 군산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선보였다.

 

음식점주들은 배달앱을 사용하는 데 드는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고 이용자는 지역사랑상품권 결제를 통해 큰 폭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시가 발행하는 모바일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의 할인율은 최대 20%로, 공공배달 플랫폼이 구축되면 소비자들은 2만원짜리 치킨을 1만6000원에 살 수 있게 된다.

 

29일 민주주의 서울에는 공공배달앱을 만들어 달라는 소상공인들의 글이 십수건 올라와 있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이 같은 요청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민주주의 서울이 부서답변 기준을 기존 공감수 5건 이상에서 그 10배인 50건 이상으로 올려놨기 때문이다.

 

신문고는 원통한 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북을 칠 수 있는 사건의 종류가 매우 제한돼 있었다. 상관, 관장과 관계된 일의 격고는 통제되는 등 엄격한 운영 규정 탓에 신문고는 소수의 지배계층이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장치로 악용되다가 차차 유명무실해졌다. 우리는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배운다. 시민의 의견을 묵살하는 2020년 서울시의 '민주주의 서울'은 600여년 전 조선의 '신문고'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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