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코로나19 3개월 현장을 가다 - 신촌 홍대
"단축영업→임대문의→폐업"
지난 20일 찾은 서울 신촌 상가건물에는 '임대 문의'란 현수막이 선명하게 보였다. '코로나19로 당분간 단축 영업을 한다'는 코팅된 안내문도 보였다. 인적 없는 텅 빈 한 가게 안에는 대출 소개 명함과 각종 전단지가 흐트러진 채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 앞을 무심히 지나치기 바빴다.
서울 내 대표 대학가 상권인 신촌과 홍대입구 일대가 한산했다. 거리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인쇄소, 옷이나 구둣가게 등 모든 가게 안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코로나 사태를 정면으로 맞으며 이곳 상권을 찾는 발걸음이 줄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여기에 대학교 개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대학생들마저 방문이 뜸하다.
홍익대 앞에서 오랫동안 인쇄업을 운영한 A씨(45)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상가 권리금이 많이 떨어졌다"며 "학생들도 안 오고 일반인 자체도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다들 문 닫으려고 하고 있어. 매출도 (기존 대비) 확실히 70~80% 떨어졌어. 임대료 깎아줘서 임대료가 내렸다고 해도 장사가 안 되는데…. 지금 나도 접으려고 하고 있어"라고 힘겹게 말했다.
권리금을 포기하고 폐업하는 사례도 나오기 시작했다. 권리금은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에게 점포를 넘길 때 받는 비용이다.기존 점포가 얼마나 많은 단골을 확보했는 지 등에 따라 권리금은 달라진다. 경기가 안 좋을 때 가게를 내놓으면 권리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권리금을 대출로 마련했다면 버티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권리금마저 받지 않는 무권리 매물이 등장했다는 건 초기 투자비 회수를 포기하고서라도 서둘러 장사를 접어야 할 만큼 사정이 안 좋다는 뜻이다. 신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63) 씨는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90%나 줄었고, 장사가 안돼도 너무 안 된다. 그냥 문 닫고 있기 뭐해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자대학교로 들어가는 거리에서 20여 년간 장사를 이어온 한 상인은 비어있는 가게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귀금속점)도 비고, 저기(옷가게)도 이제 곧 나가지, 저쪽(카페) 큰 것도 나가지, 여기는 다 나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대해서도 물어보자 그는 "우리도 좀 깎아줬고, 주변 가게들도 조금씩은 다 해준다고는 들었다. 그런데 임대료마저도 안 깎아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착한 임대인' 혜택을 모두가 받는 것은 아니다. 각 지자체에서 지방세 감면 등의 유인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기 때문이다. 이대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임대료 감면을 위해) 주인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다른 곳보다 자릿세를 싸게 주고 있으니까 그런 이야기(월세 감면) 하지 말라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그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신촌역 근처에서 만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공실률이 더 심해졌다. 상가를 구경하러 오는 손님들도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님 자체가 안 오는데 장사하는 분들이 6개월, 1년을 수입 없이 버틸 수 있나요. 아예 폐업하는 사람도 많아요"라며 "이 일대 권리금이 이전에는 억 단위로 형성됐다. 지금은 완전히 추락했다"고 귀뜸했다.
신촌 일대가 살아나려면 업종제한을 풀어야 한다고도 주장도 제기됐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대 앞쪽에는 식당이 못 들어서요. 오로지 패션 관련 업종만 들어서야 하한다. 이렇게 되면 밥 먹으러 갈 때나 놀러 갈 때 다른 곳으로 갈 수밖에 없죠. 그러면 또 공실률이 높아지게 되는 거죠"라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골목상권 경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2~3월 중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8% 급감했다. 평균 순이익은 44.8%나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골목상권은 이미 작년부터 실물경제 위축과 최저임금 급등의 영향으로 많이 어려웠는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실장은 "소상공인 생존권을 담보하기 위한 금융·세제 지원책 강화 및 신속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최저임금 역시 인상을 자제함으로써 골목상권 타격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골목상권 협회들은 부가가치세나 소득세 등 세금감면과 납부기한 연장이나, 지원신청 절차 간소화 및 신속한 지원 결정 등을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해법으로 내놓았다. 박동주·이영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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