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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글로벌 미술 매거진 『아트뉴스』는 최근 네덜란드 반 고흐미술관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근무하는 큐레이터 8명이 꼽은 '최고의 반 고흐 작품'들을 공개했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1889)을 비롯해 '아이리스'(1890), '자화상'(1887), '생 레미 풍경'(1889), '프로방스의 시골 길'(1890) 등 모두 8점이다.

 

이 가운데 '자화상'은 사망 3년 전의 고흐를 담은 것이고, '프로방스의 시골길'은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1889)과 닮은 작품이다. '생 레미 풍경'은 고흐 인생 마지막 거처였던 프로방스 요양원 인근을 옮긴 그림으로, 모두 세상에 버림받은 말년의 지친 삶, 구원의 손길이 절박했던 당시를 가장 솔직하게 담은 '피에타'(1889) 못지않게 중요한 작품들이다.

 

내게 동일한 질문을 했다면 난 '감자 먹는 사람들'(1885)을 선택했을 것이다. 자식이 늙은 어미에게 감자를 건네주거나 남편에게 시시콜콜한 일상을 들려주는 아내, 등을 돌리고 있어 표정을 읽을 수 없음에도 왠지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느껴지는 딸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감사와 애정, 가족 간 인간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1885)

 

 

고흐는 노동의 정직함을 넘어 내면에 흐르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것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잃지 않는 사랑과 연민, 간신히 숨을 연명할 수 있는 감자 몇 알조차 나누는 배려의 마음이었다.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을 고치고 또 고쳤다. 그렇게 덧칠을 거듭한 끝에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걸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반 고흐는 이 그림을 자신의 첫 작품이라고 했다. 이전 그림들은 단순한 습작에 불과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일까. 어둡고 침침하며 우울한 인상의 작품임에도 '감자 먹는 사람들'에는 흉내 낼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바로 경건함 혹은 숭고함이다.

 

경건함과 숭고함은 맑은 영혼에서 비롯된다. 영혼은 생명의 뿌리요 바탕이다. 영혼이 맑은 자들은 사랑도 맑다. 그러나 세속적 권세와 물질적 욕망, 이기에 치우친 오늘날의 환경은 동시대인들의 영혼을 탁하게 만든다. 작든 크든 뭔가를 차지하고 뺏기지 않으려 아등바등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둔감케 하며 사랑과 배려를 잊게 한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포용과 공감이 누락된 공동체란 어떤 의미인지 자문하게 만든다.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지만, 과연 저 그림 속 농부들보다 진정 풍요로운 삶인지 되묻게 한다. 물질로 지위와 계급을 매기고 생산성이 곧 인간의 가치로 치부되는 현실에선 특히 그렇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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