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의 시대에 연대감 부재는 상상력의 결여에서 온다" 물리학자이자 소설가인 이탈리아의 지성 파올로 조르다노가 남긴 말이다. 우리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에서 크게 3차례의 상상력 부재를 경험했다.
첫번째, 서울시가 유흥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민원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점이다. 클럽발 집단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은 사건 발생 두 달 전인 3월부터 유흥업소 운영을 중단해달라고 민원을 넣었지만 서울시는 재산권 문제로 영업 자제를 강제하기 어렵다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지난 8일 이태원 클럽발 집단발병이 터졌다. 시민 안전을 위한 선제적 방역조치가 필요했음에도 시는 확진자가 나오고 나서야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행정적 상상력이 부족했다.
두번째, 감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클럽에 간 철없는 청춘들이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황금연휴까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일부 20~30대 젊은이들이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유흥시설을 찾았고 클럽발 집단감염 여파로 인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20일 등교개학을 할 수 없게 됐다. 연대적 상상력이 부족했다.
세번째, 그동안 확진자 동선이 공개될 때마다 마녀사냥을 자행해왔던 대중들이다. 코로나 환자가 다녀간 장소와 방문 시간을 보고 사람들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 아니냐', '둘이 불륜 관계 같다'며 근거 없는 추측과 비난을 쏟아냈다. 우리가 확진자 동선 정보를 타인의 사생활 캐내는 데 이용하지 않고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만 사용했더라면 인천 학원강사는 이태원 클럽 방문을 숨기지 않았을 것이다. 혐오와 조롱은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었고 5차 전파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24일 오전 기준 학원강사에 의한 확진자는 47명으로 늘었고 이 중에는 돌잔치 주인공이었던 1살 아기도 포함됐다. 포용적 상상력이 부족했다.
파올로 조르다노는 "전염의 시대에서 우리는 단일 유기체의 일부"라며 "우리는 다른 사람과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고 개인적 선택을 할 때도 타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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