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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플랫폼-운수업 상생해야"…서울시 택시행정과장에서 택시기사로 변신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기사로 근무하는 양완수 전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이 본인이 운행하는 택시 앞에 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양완수씨 제공

"만성화된 택시 문화를 바꾸는 기회가 플랫폼 택시입니다."

 

문제 많던 서울시 택시 정책을 바꾸기 위해 힘쓰다가 직접 택시 운전대를 잡은 행정가가 있다. 지난해 퇴직을 한 이후 택시기사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한 양완수(60)씨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운전대를 잡고, 오후 2시까지 한 시간의 점심시간을 빼고는 쉬지 않고 근무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거의 열 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고 있다.

 

양씨는 택시 기사로 전직하기 전에는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을 3년 6개월 간 재직했다. 역대 택시물류과장 중 가장 오래 일한 기간이다. 이전에는 시내버스 교통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9년 동안 근무해 서울시 교통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최근 택시 업계는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통과 여파로 논란의 '타다' 베이직 서비스 사태가 지나가자 택시 중계 플랫폼과의 갈등이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사의 콜 배정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접목된 플랫폼 택시 등을 무작정 배제하고 기득권과 관성에 머무르다가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국내 모빌리티 산업이 침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양씨는 플랫폼과 운수사업 업계가 '불신의 벽'을 무너뜨리고 서로 협업해 상생을 하는 것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행정과 현장을 모두 경험하며 느낀 깨달음이다.

 

양씨는 플랫폼 택시인 '카카오T블루'를 몰고 있다. 공무원 시절에 법인택시 자격을 얻고, 가맹택시를 운행하게 됐다. 양씨가 일하는 법인택시 회사 흥덕기업은 케이엠솔루션스와 가맹계약을 맺고 카카오T블루 서비스를 하고 있다.

 

양씨는 행정직 재임 당시 현장을 뛴 이유에 대해 "택시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현장을 모르고서는 피상적으로밖에 알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양씨는 택시업계에 애정어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플랫폼이 도입되지 않고 택시를 운행했을 때는 택시기사가 주도권을 잡았던 것이 현실이다. 손님을 골라서 태우는 일도 흔했고, 경로로 인한 갈등도 비일비재했다. 서울시에서 근무할 때도 승객을 골라받는 기사들에 대한 민원이 빗발쳤다.

 

하지만 플랫폼 앱을 이용하면 자동배차로 쉽게 승객을 태울 수 있고, 앱에 목적지가 뜨고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경로 갈등이 줄어들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양 씨는 택시기사 입장에서 카카오T블루는 매월 지급되는 월급이 보장된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했다. 일반택시는 자율성이 보장되는 반면 손님을 찾기 힘들다. 플랫폼택시의 경우 자율성은 덜하지만, 효율성이 보장된다. 정해진 근무시간이 지나면 여가를 누릴 시간도 있다.

 

양완수 전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이 '더 룩 오브 더 이어 클래식' 무대에서 받은 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양완수씨 제공

양씨는 오후 근무 시간이 끝난 후 택시를 반납하고, 남은 시간에는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며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모델 학교를 다니며 강습도 받는다. 최근에는 '더 룩 오브 더 이어 클래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택시의 한계도 있다. 특히 플랫폼의 콘셉트가 예약 문화이고, 하나의 약속인데도 일부 승객들이 콜 취소를 난발할 때마다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양씨는 "하루에 7~8건 정도 콜이 취소되는데 그럴 때마다 사기가 떨어지고 허비하는 시간도 많다"며 "플랫폼사들이 손해를 본 만큼 '노쇼(No-Show)' 고객을 방지하는 대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운수사업자들도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개발에 앞장서 플랫폼사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나 서울시에서 내려오는 톱다운(Top-down) 규제 정책만을 따르기 보다는 현장에서 느끼고 필요로 하는 정책이나 서비스를 규제 기관이나 정부에 제안을 하는 보텀-업(Bottom-up)을 해야 하는 주장이다.

 

가령 가맹사업으로 여성안심택시, 병원택시, 심부름택시, 펫택시 등 택시 서비스 품목을 다양화 하는 방안도 있다.

 

양씨는 "플랫폼에 택시기사들이 의존하는 현실에서 운수사업자들이 기존의 기득권 마인드를 버리고, 새로운 서비스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직접 발벗고 새로운 서비스나 변화를 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씨는 앞으로 3년 간의 계획을 미리 세웠다. 자격증을 받아 고급택시 교육 강사로도 직접 발로 뛸 예정이다.

 

그는 "개인택시 사업조합 쪽에서도 난맥이 있다"며 "개인택시 기사 분들의 권익 문제를 발굴해 개선하는데 남은 여생을 보내려고 한다. 택시가 외면받지 않고 택시가 미워서 떠난 사람들이 다시 찾도록 만들고 싶은 게 소망"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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