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벌로 지음/박중서 옮김/북트리거
1962년 런던의 은행가들은 세상을 바꿀 만한 기발한 약탈 행위, '역외'를 떠올렸다. 이 발상의 핵심은 물리적으로는 사법관할구역 안에 현존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사법관할구역 밖에 있는 자산을 만드는 것이다. 머니랜드는 자산의 소유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구상 모든 나라의 법률을 왜곡시켰다. 제1세계의 조세 기피자들과 제3세계의 도둑 정치가들이 머니랜드에 돈을 싸들고 찾아왔다. 검은돈은 국경을 초월해 자유롭게 넘나들며 방대한 저수지를 이뤘다.
머니랜드는 각국의 제도상 허점과 사법관할구역 간 차이를 교묘하게 악용한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다. 영국 본토보다 영국령 저지섬의 세율이 낮다는 점은 머니랜드로 돈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으로 작동한다. 검은돈은 세법상 맹점, 조세 조약의 허점을 파고들어 법인세나 소득세가 낮은 지역, 본국의 금융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역외로 몰려든다.
머니랜드를 굴러가게 만드는 핵심 산업은 '자산 숨기기'다.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방법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를 만들어 소유권을 흐리는 것이다. 이를테면 런던의 할리 스트리트에 명목상 회사를 두고 이를 다시 리히텐슈타인, 맨섬, 미국 델라웨어주 케이맨제도, 라이베리아 등 역외 사법관할구역 소유로 등록하는 것이다. 법인 구조물을 연쇄적으로 겹싸기한 뒤, 금융 비밀주의의 중심지로 정평 난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계좌를 덧붙이면 자산의 기원과 그 소유권 모두를 숨기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점점 더 교묘해지는 조세 회피, 탈세, 돈세탁 수법은 과세 당국과 자본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진화론적 군비 경쟁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억만장자와 부패한 정치인이 유능한 금융인과 법률가를 방패 삼아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막대한 부를 축적할 때 서민들은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며 살아간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21세기 해적질을 통렬히 고발한다. 448쪽.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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