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참 많이 쓴다. 원인에 따른 합리적인 결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논리적 전개다. 하지만 시장흐름은 이러한 논리적 연관성으로 설명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순서를 뒤바꿔 결과를 형성한 원인을 찾아야 할 때가 생기는데 그 원인이 불분명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대개 여기서 나온다.
예컨대 코로나19 재유행이나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번졌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하락하던 지수가 오후 들어 약보합으로 전환하더니 장 마감 직전 상승했다. 그러면 "외인 매도세가 진정되며 지수는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병 재유행과 미·중 무역분쟁 우려는 여전하다"는 식이다.
애널리스트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비롯해 '다만' '그런데도' 등은 증권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단골 멘트다. 가령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큰 폭의 상승을 했음에도 테슬라에 납품을 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일제히 2%대 하락을 했을 때 기자들은 "배터리 관련 종목들이 약세를 보였다. 다만 테슬라 상승분에 따른 수급이 예상됨에 따라 배터리 산업과 그 밸류체인 전망은 밝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한다.
결과와 상반되는 예측을 '다만'이라는 한마디로 그럴듯하게 뒤에 붙여 넣는다. 배터리주가 상승했다 하더라도 기사 문장은 별반 달라질게 없다. 약세를 강세로 바꾼 후 '다만'을 빼면 그만이다.
과거 모 증권사 지점에 방문했을 때 한 프라이빗뱅커(PB)도 불만을 토로하는 아주머니를 달래며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추측컨대 그 아주머니는 PB 조언에 따라 투자했다 손실을 봤을 것이다. 예측 밖의 장세가 펼쳐질 때 기존 전망을 합리화하기 딱 좋은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발 지수 폭락 정점이 3월 19일이란 것을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다. 기업분석과 시장전망이 주 업무인 애널리스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에 실패했다. 시장은 기류를 보여주는 듯하면서 대부분 매정하게 흐름을 바꿔 모두의 예측을 비웃는다. 하물며 주식이 일반투자자에게 예측을 허락할리 없다.
주식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장세를 예측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개미들에게 주식은 대응의 영역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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