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4년간 인사담당자와 직장동료 등 20명에 달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했지만 묵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2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2차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4년 동안 거의 스무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충을 호소했다"며 "비서 부서 이동을 하기 전에 17명, 부서 이동을 한 후에 3명에게 말했으며, 이 사람들 중에는 피해자보다 높은 직급이고 이 문제를 더 책임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인사담당자가 포함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인사담당자에게 성고충을 언급했고 직장 동료에게 불편한 내용의 텔레그램 문자 등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담당자들은 피해자에게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하도록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예뻐서 그랬겠지', '인사이동과 관련해서는 시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성고충과 인사고충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전보 조치를 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 ▲성적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피해자에게 인사 이동 관련해서는 '시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으라'며 책임을 회피한 점 ▲피해자가 계속 근무토록 해 추행의 피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한 점 등을 근거로 추행 방조 혐의가 성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A씨를 돕고 있는 피해자 지원단체는 이날 서울시가 참여를 요청한 '서울시 직원 성희롱·성추행 진상규명 합동조사단'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서울시는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는 4년 넘게 성고충 전보 요청을 비서관에게 말했다"면서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체계는 위력적 구조로 침묵을 유지했다"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서울시가 구성한 조사단에서 조사 대상이 되는 공무원이 명명백백히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외부인으로 조사단이 구성돼도 서울시가 직접 주관, 관리하는 조사라면 시청 공무원으로 일하게 될 직원들이 내부조사에서 진실된 응답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서울시의 성추행 사건 해결 역량에 의구심을 표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5일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발표 당시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사건의 본질을 흐렸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역대 비서실장들은 언론에 관련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문제제기에도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른 점 등을 미뤄 보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소장은 "서울시 조사에서 성폭력 발생 구조와 책임이 어느 선 이하로 다뤄지고 마무리 될 것인지를 기관 내부에서 암시하고 있다"며 "사전에 결론이 제시된 셈"이라고 일갈했다.
피해자 측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자체 조사가 아닌 외부 국가기관이 필요하다고 보고 다음주 중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 소장은 "이번 사건은 공공기관 성희롱 등의 조사·구제기관인 인권위가 긴급조치, 직권조사, 진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다"며 "조사 범위는 성추행 사안, 업무 환경, 문제 제기 및 묵살 과정, 업무상 불이익 조치 등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 전·현직 관련자를 포함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서울시는 인권위 조사 결과와 권고를 이용해 징계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사안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교육의 실효성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등 제도적·정책적 노력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여성단체 기자회견에 대한 서울시 입장 발표에서 “오늘 피해자 지원단체가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 불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합동조사단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피해자 지원단체의 진상규명 조사단 참여 거부에 유감을 표하며 피해자가 인권위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적극 협조하고 현재 진행 중인 방조, 묵인, 피소사실 유출 등과 관련한 경찰, 검찰 수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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