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크라스테프, 스티븐 홈스 지음/이재황 옮김/책과함께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는 모방을 인간의 가장 중요한 본성으로 봤다. 그는 분노와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욕망의 모방이며, 남의 목표를 모방하는 것은 경쟁심과 분노, 정체성에 대한 위협과 연관된다고 말했다.
책은 공산주의 붕괴 후 지금까지의 30년을 '모방의 시대'라고 명명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이데올로기적 진화의 종점'이라고 주장한 자유민주주의는 비서방 국가들이 본받아야 하는 유일한 모범 이데올로기가 됐다. 강요된 모방은 그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무시했고, 그 결과 불만과 분노가 쌓였다. 지도 세력은 이를 이용해 비자유적이고 반민주적인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
1989년 이후 과거 공산주의 국가였던 나라들이 서방을 따라 하려는 노력은 미국화, 유럽화, 민주화, 자유화, 확장, 통합, 화합, 세계화 등의 각종 이름 잔치로 나타났다. 일괄적인 서방 모방은 과거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던 나라들에서 민주화로 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공산주의가 무너졌고 자유민주주의는 새롭고도 피할 수 없는 정통이 됐다.
도덕적 이상의 모방은 기술 차용과 달리 존경하는 상대를 닮게 하지만, 인정받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잃게 된다. 독창적인 복사본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모순적인 요구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불러왔다. 책은 서방 모방에 따른 대중의 불만을 이용한 중부유럽의 대중주의자들, 패러디에 가까운 미러링을 통해 서방의 민낯을 까발린 러시아의 푸틴, 모방모델인 미국이 흉내쟁이들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선전해 당선된 트럼프 등 주요 모방 사례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한다. 340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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