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는 식품업계가 착한 증량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각종 비용 부담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증가하지만, 오히려 가격을 낮추고 양을 늘리며 소비 심리를 제고하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제과업계의 경우 과거 과대포장 논란으로 '질소과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바 있다. 최근 들어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 증량을 늘리는 가성비 전략을 펼치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생산 공정을 개선해 제품의 빈 공간을 줄이거나 가격을 인하하기도 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젤리데이'를 가격변동 없이 기존 대비 29% 양을 늘리고 품질을 대폭 업그레이드 했다. 이는 오리온이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존 49g 규격을 63g으로 가격변동 없이 증량한다. 올해 1월 '마켓오 네이처 오!그래놀라바' 증량 이후 올해 두 번째 제품 증량에 나섰다. 오리온은 지난 6년간 '젤리데이' '초코파이' '포카칩'을 비롯해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눈을감자' '더자일리톨' '치킨팝' 등 총 18개 제품을 가격 변동 없이 증량했다.
해태제과도 크기와 무게를 늘리고 가성비를 높인 제품 출시에 합류했다. 올해 초 오리지널에 비해 중량은 2배(64g) 늘린 '자유시간 Big'을 출시했다. 중량은 2배가 늘었지만 가격은 50%만 오른 1500원으로 책정됐다. 중량 대 가격 비를 따지면 실질적으로 가격이 15% 상당 내린 꼴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노력이 실질적인 소비자 이익 증대 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 매출 증가를,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제고 효과로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중량을 16.7% 늘린 '오!그래놀라바' 3종도 지난해 대비 매출이 40%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18년 증량을 한 '촉촉한 초코칩'도 상반기 월 평균 매출이 증량을 하기 전인 2018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증가한 라면업계와 가정간편식(HMR)업계들도 여름철 제품을 중심으로 착한 증량 마케팅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뚜기는 봉지당 제공량이 20% 증가한 진비비면을 지난 3월에 출시하며 비빔면 시장 증량 마케팅의 포문을 열었다. 오뚜기 메밀비빔면(130g) 대비 20% 높은 156g로 구성된 해당 제품은 출시 2개월 만에 2000만 개가 팔렸다. 경쟁사의 공세에 팔도는 '팔도비빔면 컴백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며 기존 비빔면과 동일한 가격에 중량만 130g에서 20% 156g으로 늘렸다. 오뚜기는 지난달 '맛있는 오뚜기 컵밥' 모든 제품의 밥 양을 20% 증량했다. 기존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밥 양이 적어 아쉽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것.
기업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지만, 과도한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줄이는 대신 공정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 가격을 낮춘다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관계자들은 좋지 않은 경기 흐름 속에서 증량 마케팅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젤리데이' 증량과 관련해 "간식 하나도 꼼꼼히 고르며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추구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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