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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홍경한의 시시일각] 사라진 문화예술 교양 프로그램

텔레비전은 온통 '먹방'이다. 한때 안방을 점령한 여행 예능프로그램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춤한 것과는 달리 먹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인 먹방과 출연자가 요리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방송인 '쿡방'의 기세는 여전하다. 맛집을 찾아가 체험하는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그 수도 적지 않다.

 

한편에선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관찰예능이 방송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연예인은 물론 그들의 아이나 부모, 매니저까지 등장해 별 의미 없는 신변잡기를 쏟아 놓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금은 동물예능도 급부상하고 있다.

 

먹방, 쿡방, 관찰예능 등은 가성비 대비 화제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누군가는 대리만족을 느낀다고도 한다. 그러나 채널은 넘치는데 정작 볼만한 프로그램은 없다. 유사한 프로그램이 반복되면서 그에 따른 시청자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나치게 말초적이고 소비 지향적이라는 점은 동시대 방송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가볍게 휘발되는 먹방과 관찰예능 등이 범람하는 반면, 미술을 포함한 문화예술 교양프로그램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상파는 특히 그렇다. 익히 접해온 프로그램들은 이미 사라졌고, 존속되고 있는 것들마저 여타 프로그램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만날 수 있었던 국내 최장수 문화예술 프로그램이었던 MBC '문화사색'은 지난해 종료됐고, 음악·미술·문학 등의 순수 예술뿐 아니라 사진·공연·만화·디자인·패션 등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문화까지 소개하던 SBS '컬쳐클럽'도 315부작을 끝으로 2017년 방송을 떠났다.

 

클래식 음악과 회화 등의 작품을 포함해 대중문화의 흐름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목받은 KBS의 '문화책갈피' 역시 일 년 남짓 방송되다 2014년 막을 내렸다. 시각예술 전반에 대한 정보와 이슈를 중심으로 삼아 미술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KBS 'TV 미술관', 국내외 클래식 스타들의 음악과 삶을 소재로 한 KBS '클래식 오디세이' 또한 2013년 폐지됐다.

 

이밖에도 문학작품의 감명 깊었던 구절을 출연자들이 직접 낭독하면서 주제와 관련된 음악을 곁들인 KBS '낭독의 발견'과 명작보단 스캔들에 무게를 두어 가볍고 억지스럽다는 비판을 받긴 했으나 친근한 미술을 의도로 한 KBS '명작스캔들'의 경우처럼 역사의 뒤로 밀려난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한둘이 아니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부분 한낮이나 밤늦은 시간대에 편성돼 돈 되지 않는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국의 인식을 드러내긴 했어도 그나마도 몇 되지 않는 것들이라 종영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아쉬움이 남달랐다.

 

현재는 KBS의 '국악한마당'과 MBC 'TV 예술무대' 등의 소수만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명맥을 잇고 있다. 미술공간과 전시를 주로 다루는 미술전문 프로그램으로 2018년 12월 시작된 딜라이브(D'live)의 '뚜르드 갤러리'나 지난 6월 첫 방송을 탄 국회방송(NATV)의 '우리 동네 미술관' 등 일부 케이블 채널에서 송출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합쳐도 손에 꼽는다.

 

문화예술에 대한 방송의 소홀함이 누적되는 사이 상대적으로 콘텐츠 생성이 자유로운 플랫폼인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채널은 활성화됐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미술관들과 갤러리들이 가세하면서 온라인 채널은 대폭 늘었다.

 

하지만 일기장에 써야할 잡다한 감상들을 늘어놓는 수준이 드물지 않고, 동시대 문화예술의 흐름과 경향을 소개하거나 일정한 주제를 심도 있게 소화하는 채널은 적다. 실제 전시 관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진 것들 역시 콘텐츠 질이 높지 않고 구독자 수 또한 의미적이지 않은 예가 대부분이다.

 

공공 소유인 전파를 통해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방송은 공익성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처럼 돈 되는 프로그램, 시청률에만 의존한다면 인간 삶에 필요한 의미와 가치를 곱씹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은 설 자리가 더욱 협소해진다.

 

시청자는 향유의 다양성에 관한 권리가 있으며, 방송사들은 시대를 읽는 새로운 관점과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의무를 지닌다. 만약 방송이 스스로의 존립 이유를 등한시하거나 유튜브와 별반 차이가 없다면 우린 왜 시청료를 내야 하는가.

 

■ 홍경한(미술평론가, DMZ문화예술삼매경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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