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100%반환이라는 조정을 한 바 있다.
금감원의 조정안에 대해 이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은 수용연기 요청을 냈다.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이다. 업계에선 예상된 수순이었다. 아무리 서슬 퍼런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이지만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가 조정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수용에 대한 법적 책임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금감원이 각 판매사에 분쟁조정안을 수용하라며 권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유감스런 일이다. 라임펀드 판매사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다. 금감원장도 국회 정무위에서 라임의 문제는 운용부실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책임은 판매사가 맡으라고 한다. 성난 투자자를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이다.
적어도 운용부실이란 프레임에 넣으려면 운용사와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회사를 넘어서면 안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PBS사업부는 2015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설정·설립부터 성장까지 인큐베이팅 할 수 있게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탄생했다. PBS 사업은 자기자본 3조원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할 수 있는 사업이다. 무역금융 PBS사가 펀드환매 중단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한 한 증권사 PBS 본부장은 실제 검찰에 구속된 상태다.
운용사와 PBS사는 책임의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판매사는 운용에 관여할 수도 없고, 세부 운용내용도 알 수 없었다. 판매사 입장에선 금감원의 분쟁조정안 수용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손발을 묶어 놓고 눈 앞의 도둑을 잡지 못한 책임을 지우는 꼴이다.
그렇다면 운용에 조금도 관여하지 않은 판매사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100% 반환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째, 조정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운용사 자료에 허위사실 기재가 있다는 이유로 판매사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이다. 이는 운용사와 판매사를 구분해 그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체계와 구조에 반하는 일이다.
둘째,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판매사는 운용사가 준 자료를 명확히 이해한 후 이를 투자자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 된다. 그 내용이 진실한 지를 독립적으로 조사확인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조정안은 여러 차례 나왔던 대법원 판례에 반하게 된다.
셋째, 배임이슈다. 판매사 사외이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목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조정안을 받아 들일 경우 주주들의 저항이 불을 보듯 뻔하다. 어느 주식회사의 사외이사가 금감원 조정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금융회사는 '신뢰'와 '책임'이 생명이다. 그래서 일부 판매사는 '돈'으로 고난을 넘어가려 한다. 선보상을 통해 100% 물어주고 다시 시작하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상대적으로 오너 회사가 결정하기 쉽다. 하지만 주인이 없는 금융사는 쉽지 않다. 정책의 실패, 감독의 실패를 따질 수밖에 없다. 판매회사의 책임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금융당국에 각을 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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