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가장 명당자리는 입구 바로 앞자리다. 혼자 앉을 수 있어 내 집처럼 편하고 대형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요즘 이 자리가 가시방석이 됐다. "아이씨, 내리세요. 마스크 안 쓰셨잖아요"라고 버스기사가 신경질을 내며 노인들에게 면박 주는 장면을 수차례 목격하면서부터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있던 할아버지는 허둥지둥 물건들을 내려놓고 바지 뒷춤에서 마스크를 꺼내 썼다. 버스가 움직이지 않자 승객들은 경멸의 눈으로 불청객을 노려봤다. 비슷한 일이 몇 번 더 반복됐다.
푹푹 찌는 날씨에 젊은 사람들도 턱밑으로 슬며시 마스크를 내려놓는 판에 폐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어르신들은 오죽했을까. 서울시가 자랑하는 KS방역 뒤엔 노인들의 한과 눈물, 희생이 서려 있다. 오는 15일 이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반석교회와 남대문상가, 롯데리아발 집단감염이 서울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종로와 서초, 강남구에서 대규모 집회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들 집회에 22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 11~12일 광복절에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들에 '집회 취소'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대규모 인파가 밀접·밀집하는 집회를 열지 말아 달라고 주최 측에 간곡히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개 단체가 강행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코로나로 총 13명이 죽었는데 이 중 12명이 60세 이상 고령자다. 노인 치사율만큼 문제인 것은 경제적 피해다. 서울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서울의 내수 피해액을 4조4137억원, 외래관광객 총 손실액을 5조2311억원으로 추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서울에서만 약 10조가 공중 분해된 셈이다. 시가 지난 4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절반(48%)이 가족의 수입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어떤 이는 박원순 전 시장의 5일장은 되고 광복절 집회는 안 되느냐며 서울시를 닦달하고 있다. 그럼 반대로 광복절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뜻은 시가 청와대 국민청원 59만명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른 게 전적으로 옳은 행동임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냐고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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