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49명 이하)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각자 1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에 제한이 없는 만큼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투자 손실도 모두 투자자가 떠안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6월 말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100% 배상이라는 조정을 했다. 부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 투자자의 원금 손실을 판매사가 모두 물어주라는 얘기다. 시장에선 사모펀드가 100% 원금 보장 상품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보통사람이 가입하는 적립식펀드나 공모펀드 손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투자자보다 부자들의 '원금'을 챙기는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과연 상식이 통하는 자본시장인가.
좀 더 솔직해 지자. 주식투자와 사모펀드 투자의 손실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다. 투자자가 결정하고 투자한 것이다. 판매사는 불완전판매에 대해서 책임지면 된다. 투자자를 속였거나 충분한 설명없이 펀드 상품을 팔았다면 그 부분을 책임지면 된다.
라임 등 사모펀드 투자자는 그동안 시중금리의 몇 배에 달하는 수익을 여러 번 챙겼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작년 여름 사모펀드 문제가 불거지자 일부 판매사는 투자자에게 환매를 권유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는 환매 권유를 외면했다. 달콤한 수익을 챙겼던 학습효과 때문이다. 금융당국까지 나서 100% 물어주라는 결정을 미리 예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시장에선 비아냥이 들린다. 앞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지 말고, 사모펀드에 돈을 맡기라고. 은행에선 5000만원까지만 예금자보호가 되지만 사모펀드는 100% 원금 보장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것.
금융당국도 솔직해지자. 당국은 최근 펀드 판매사(은행·증권사 등)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는 과거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 왜 판매사만 붙잡고 흔드는 것일까.
각 판매사는 26~27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의 분조위 안건(라임 무역금융펀드 100% 배상)을 상정해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국민은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금융회사를 믿고 거래하고 있다"면서 "부실상품 판매나 불완전판매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판매회사가 고객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제조사(자산운용사)가 엉뚱한 운용을 했더라도 판매사 책임이 크다는 의미다. 문제는 판매사가 운용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자 판매사의 운용사에 대한 감시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금융당국이다.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소를 잃을 환경(규제)을 만든 것이 금융당국인데 책임은 판매사가 모두 지라고 한다. 앞으로 어느 판매사가 사모펀드를 팔고 싶겠는가. 운용손실이 나면 물어줘야 하고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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