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홍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8월 10일 신곡 '술이 웬수다.' 앨범을 낸 테크노 뽕짝의 원조 가수 신빠람 이박사를 만나 신곡에 관한 이야기부터 트로트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신곡 '술이 웬수다'는 술에 대한 갈증. 애증. 욕심, 의욕, 술의 힘에 관한 이야기다. 술을 많이 먹으면 망주(亡酒), 조금 먹으면 약주(藥酒)다. 술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사고도 낸다. 술 때문에 마음을 터놓고 의지하게도 되지만 말이다.
이번 신곡 '술이 웬수다'는 디스코풍으로 멜로디는 동요와 비슷해서 일명 '동요뽕'이라고 불린다. 중간에 멜로디가 동요처럼 들어간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등 구전가요 멜로디를 차용한 것도 재미있다.
이 박사는 "술~술~술~ 술이 웬수다"라며 '술이 웬수다'의 후렴구 한 소절을 불러줬다. 리듬감이 귀에 쏙 들어왔다. 이런 그에게 이번 '술이 웬수다'가 히트(Heat)칠 것 같은지 물어봤다.
이 박사는 20대, 30대, 40대 주변 지인들에게 음원이 나온 후 모니터링을 해봤더니 노래가 중독성이 있고 재밌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해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시대 어떻게 신곡을 홍보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다소 시무룩한 어조로 대답했다.
지난 3월부터 20개도 넘게 잡혔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방송활동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방송활동도 코로나 전과 후가 달라졌다. 그전 같으면 신곡 나오면 3개월 동안 방송 일정이 다 잡혔다. 코로나 때문에 방송 일정도 똑같이 코로나 끝나고 보자는 식이 됐다. 예전에는 PD들이 밥 먹으러 오라 했는데 지금은 대면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실정이라는 것.
이 박사는 코로나가 하루빨리 사라져서 온 국민이 일상을 되찾길 무엇보다도 바라면서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전면적인 행사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사라져 가는 것을 무엇보다 아쉬워했다.
이 박사에게 최근의 근황을 물으니, 본인은 말띠여서 특히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는데 코로나 때문에 가수로서 활동 계획을 잡을 수가 없어 최근 3일 동안 집에 있는 문갑을 다 들어내 옮기고, 마석에 있는 시골 큰집에 고추밭, 배추밭 일을 도와주려고 갔다가 땡볕이어서 복숭아만 주고 왔다는 다소 웃지 못할 이야기를 꺼낸다.
이런 이 박사는 그렇지만 테크노 뽕짝의 원조 가수 신빠람 이박사라는 별명답게 요즘 젊은이들처럼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홍보 계획도 세우고 있는 등 가요 사랑을 위한 그의 고민은 오늘도 쉬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트로트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나 위상이 많이 달라졌는데 이 박사 스스로는 어떻게 느낄까.
예전을 아날로그라고 표현한다면 요즘은 디지털이다. 또 과거에는 멜로디에 고음과 저음이 확실했다면 요즘은 높은음 얕은 음은 잘 안 하고 디스코와 테크노, 세미트로트로 흘러가고 있다. 차차차, 룸바. 스윙. 슬로우, 슬로우락, 트위스트. 락앤롤, 디스코, 고고, 지루박 등 장르가 다양했다면 요즘에는 세미 트로트로 일반화됐다.
특히 이박사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예전에는 트로트를 하면 어려운 분들에게 힘을 주는 노래, 가사를 쓰는데 요즘은 재미있냐 재미없냐가 우선이 된 것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테크노 뽕짝의 원조 가수 '신빠람' 이박사에게 최근 트로트 붐을 새롭게 일으킨 미스터 트롯 등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궁금했다. 이 박사는 망설이지도 않고 출연자가 심사해주는 사람의 노래를 불러주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많은 가수와 수많은 노래가 있는데 출전한 가수가 심사위원들의 노래 위주로 불러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이 박사는 심사하려면 반대로 가수 아닌 사람 작사, 작곡가가 나와서 심사를 봐야 하는데 요즘에는 가수가 나와서 심사를 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박사는 문화는 좋은데 세월과 역사가 말해주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또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예술은 예술이 돼야 하는데 노래를 만들어 팔려고 보니 전부 비슷하다. 돈을 알면 예술이 멀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술, 돈, 명예는 같이갈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 이 박사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다치고 깨치고 엎어지고 자빠져도 열심히 해보겠다며 낮이 오면 밤이 오고 코로나 사라지면 모든 문화인이 바깥으로 나오는 세상이 올 것이다. 다 같이 조금만 더 참자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의 바람처럼 어려운 일이 있으면 포장마차에서 술도 고주망태로 취해도 보고 '술이 웬수다'라고 하소연도 할 수 있는 일상이 하루빨리 되돌아오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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