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를 비롯한 국립현대미술관이 매해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 등 국내외에는 수많은 상(賞)이 있다. 정부, 기업, 기관은 물론 심지어 정치권력과 시장 자본주의로부터의 자유로운 예술을 갈망하며 시작된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조차 시상제도를 두고 있다.
사실 가장 자유롭고 성스러운 예술과 뭔가에 등수를 매기는 상의 조합인 예술상(미술상)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제도권 진입을 위한 효과적인 무대이자 창작 동기 부여라는 건설적 측면도 존재하는 반면, 경쟁을 조장하고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숭배를 강화한다는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예를 들어 백남준은 자본력과 정치권력이 작동하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립에 크게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올림픽이 아니다"라는 말로 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에둘러 표현한 바 있다. 모든 재산과 소유의 개념에 도전하는 하나의 방식이 미술이라던 하랄드 제만(Harald Szeemann)처럼 '예술의 귀속과 자유'라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공적 상속의 거부감을 드러낸 이도 있다.
심지어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는 생전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 훈장을 포함해 노벨상까지 거부하며 작품과 예술가의 진정한 가치는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지 외적 기준과 평가에 의한 승인(承認)이 아니라는 신념을 고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상은 예술가와 예술 작품에 시장의 가치와 다른 차원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성을 옹호 받는다. 예술을 경제성에서 분리시키는 역할을 할뿐더러, 궁극적으론 사회적 기능까지 담당한다. 즉, 동시대 요구되는 시대 담론을 공공의 무대로 옹립시키거나 어떤 이슈를 촉발, 시대적 의제를 견인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예술상은 참여하는 이들에게 인정을 통한 실질적 명예와 권위까지 부여한다. 비록 예술가는 명예와 권위로부터 초연해야 함을 강조했던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와 같은 사회학자도 있지만, 인정의 여부는 제도적 기반과도 맞닿으며, 매일 흔들리며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심리적 공허함을 채워주기도 한다.
특히 예술상은 상징적 재화로서의 예술에 반경제적 기준을 적용시키며, 동시대 희박해지는 예술의 개념을 증언하고 확증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도 맡는다. 이는 당장 쥐어지는 몇 푼의 금전적 혜택이 아닌, 공동체 내 신분이나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은 예술상을 개인 선택의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인정이 작동하는 사회적·제도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예술상은 문화적 환경 내지는 생태,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매우 중요한 사회적 기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예술가들이 예술상에 공모하거나 선정 시 딱히 거부하지 않는 이유도 이 문화적 생태라는 측면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예술상은 그 자체로 여러 시각과 이견을 안고 있음에도 존립의 당위성을 잃지 않아 왔다.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예술의 좋고 나쁨을 구분 짓거나, 질서를 부여한다는 점, 일부 기업미술상처럼 예술이 지닌 아우라(aura)와 브랜드를 교환함으로써 부족한 교양을 메우는 사례도 없진 않으나, 현실적 환경 내에선 창작의 동기부여가 되는 등 유익한 측면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현존하는 그 다양한 예술상을 의미적으로 판단하려면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존중 의식을 살펴야 한다. 예술에 대한 존중은 예술가들을 귀하게 여기고 그들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는 상의 참다운 가치를 생성하는 근본적인 요소이다. 만약 그게 없다면 상이란 그저 권위와 문화 권력을 얻기 위한 싸구려 선심에 불과해진다. 받는 이들에게도 그건 단지 하등 쓸데없는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DMZ문화예술삼매경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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