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카페에 의자 다 올려놓은 거 보이시죠? 광화문 집회 간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미안함을 느끼지 않나요?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과를 안 하고 반성을 못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에요. 자영업자들이 다 죽고 있잖아. 제 자식들은 다 울고 있는데. 저이들은 잘못을 모르고…"
지난 7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서 반나절 넘게 마수걸이를 못했다는 한 상인이 생면부지인 나를 붙잡고 눈물을 쏟아내며 한 말이다. 그는 등받이 없는 간이의자에 홀로 멍하니 앉아 가게를 보고 있었다. 손님 없는 매장의 빈자리는 옷가지들로 가득 메워졌다. 행거엔 올봄 팔지 못하고 남은 꽃무늬 블라우스, 여름에 나갔어야 할 나시 원피스 등 지난 계절 재고와 가을 신상인 트렌치코트, 가죽점퍼, 청재킷이 손톱만큼의 여유 공간도 없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15년 넘게 가게를 꾸려왔다는 그는 "8·15 집회 이후로는 진짜 심각해요. 문 닫은 데 많잖아요. 왜냐면 하나도 못 파니까. 옷을 만져도 안 사가. 10명 왔으면 1명도 안 사요. 그래도 광복절 전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은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뚝 끊겼어요. 이거 언제 풀릴까요. 우리가 무너지면 자식도 다 무너지는데. 제발 개천절 집회라도 막아주세요"라고 말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은 강남지하상가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널렸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수기로 작성하는 출입명부에서도 쉽게 읽힌다. 코로나로 경기가 어려워져 운영하던 카페를 접었다는 A씨는 동네 빵집이나 김밥집에 들러 음식을 살 때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데 그 위로 아무도 없거나 문 연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명단이 한 장도 채워지지 않았을 때 아무도 오지 않는 빈 가게를 지키던 과거가 떠올라 자꾸만 울컥해진다고 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서울 지역 전체 소상공인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37% 줄었다. PC방·노래방 등 여가시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1%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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