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1일, 메트로신문은 경제 중심으로 시장경제 창달에 힘쓰고, 정보의 홍수에 빠져 있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사명 아래 '뉴메트로 선언'을 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메트로신문은 메트로경제를 창간하고, 국내 최초로 유·무가지 동시 발행을 하며 기업·독자와 함께 5년을 걸어왔다. 메트로경제는 지난 5년간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 창출 근원인 기업들이 주주, 고객, 종업원, 국가를 위해 어떤 어려움을 극복해왔는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을 돌파해야 하는지 등을 4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정부가 기업을 옥죄는 법안까지 추가로 내놓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구상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부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원안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는 이들 법안이 그대로 도입되면 기업이 투기자본에 몰락하고 경영권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마저 악화돼 경영 마비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쏟아지는 각종 규제' 기업하기 힘든 나라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선진국 대열해 합류했지만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반도체와 IT,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확보한 상태지만 인공지능(AI)와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산업 분야는 각종 규제에 막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등 신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문제가 된 '타다 금지법' 처럼 혁신산업은 정책에 의해 경쟁력을 잃고 있다. 에어택시나 자율주행 배달 로봇 산업 등 주요 국가 정부에서는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규제에 막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작년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 141개국 중 '혁신 역량' 6위, '비즈니스 역동성' 25위 등 혁신 생태계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규제가 덜하다고 느끼는 체감도는 87위에 그쳐 방글라데시(84위), 에티오피아(88위)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정부 규제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8월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제 3법 개정안이 의결돼 국회로 넘어갔다.
상법 개정안은 모회사 주주는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한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와 3% 의결권 제한 규정도 포함됐다. 최대 주주는 주식을 80% 보유해도 최대 3%만 의결권을 인정받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소비자 피해가 큰 가격 담합이나 입찰 짬짜미 등 '경성 담합'을 두고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했다.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은 대표회사 중심으로 내부통제협의회를 꾸리고 그룹의 주요 위험 요인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복합금융그룹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적용 대상은 현재 교보, 미래에셋, 삼성, 한화, 현대자동차, DB 등 6개 그룹이다.
한국 경제단체장과 기업인들은 각종 기업 규제 법안 처리에 혈안이 된 정부와 거대여당을 향해 "다시한번 고민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재는 우이송경(牛耳誦經·쇠귀에 경 읽기)에 그치고 있다.
결국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및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으로 우리 기업들은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미래 투자는 접어두고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세나 각종 소송에 시달리거나 경영권 방어에 온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에 놓였다.
또한 우리 기업들은 향후 노조와 갈등 해결에도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압박하기 위한 노동 관련 법안들을 우후죽순 내놓고 있기 때문.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노조 파업시 대체근로 인력을 투입할 수 없고 사업장을 점거해도 사측이 해결할 방법이 없다.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까지 이뤄져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고, 비조합원의 노조 임원 선임이 허용되면 노동계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되고, 기업들의 발목에 채워진 노조 리스크의 족쇄는 더욱 단단해진다. 그동안 회사가 매년 반복되는 임금·단체협약 줄다리기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 카드'에 밀려 힘겹게 마무리지었다면 앞으로는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반도체나 조선업 등 제조분야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다만 신산업 분야는 각종 규제에 막혀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미래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 신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격화된 무역분쟁 부담 가중
이런 가운데 일본과 무역분쟁에 이어 미·중 무역갈등으로 국내 기업들은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 법원의 일제 징용 배상 판결로 시작된 한일 무역분쟁은 우리 기업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 소재 3종의 수출 규제에 돌입하자 국내 기업들은 '초비상' 사태에 직면했고 경영진은 대응책 마련에 동분서주했다. 그 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 분야의 국산화는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백색국가 제외로 수출심사를 크게 강화한 품목인 비민감 전략물자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 기초유분, 플라스틱 제품 등 비민감 전략물자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80∼90%에 달한다.
결국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위기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 정부 각료들은 한국 법원이 일본 징용기업의 자산을 실제로 매각하면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관세 인상과 송금 정지, 비자발급 정지,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 갈등도 국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옥죄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은 중국 기술 분야 기업인 화웨이, 틱톡 등을 겨냥해 제재를 가하면서 양국 관계는 꾸준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는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전면 개시됐다.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반도체 기업이 화웨이에 제품을 팔려면 사전에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화웨이에 미국 기업 반도체 판매 금지 조치에 이어 이번 조치로 미국산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까지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구매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화웨이와 관련된 경우 미국 상무부뿐 아니라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등 여러 기관이 관려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통상분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일 간계까지 악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위기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경제부처들의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 3법 주요내용
▲상법 개정안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감사 선임 시 주주총회 결의 요건 완화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기
-법 위반 과징금 2배 상향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금융자산 5조원 넘는 비(非) 지주 금융그룹 등에 대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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