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기회이면서 예술가들의 유목적 삶을 증명하는 곳인 창작스튜디오. 문득 창작스튜디오에 관한 단상이 스친다. 아마 입주작가 공모가 여기저기 뜨고 있는데다, 머잖아 누군가는 새롭게 입주하고 혹자는 다시 짐을 싸야 하는 과정을 25년째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창작스튜디오란 일정 기간 동안 다양한 예술가들이 입주해 창작을 하거나 예술교류, 전시, 학술 활동 등이 가능한 공간을 말한다. 여기엔 작업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포함해 여러 형태의 커뮤니티를 통한 예술창작지원 프로그램인 레지던시(Residency) 개념도 들어 있다.
199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창작스튜디오는 현재 전국적으로 150여개를 웃돈다. 목적은 예술인들의 열악한 창작 기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고, 공간을 거점으로 폭넓은 사회적 관계를 도모하는 예술가 육성에 있다. 운영 주체는 지방자치단체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략 전체의 40%를 넘나든다.
운영방식과 프로그램은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예술·문화 프로젝트를 통한 예술적 성과를 지향한다는 공통점 아래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3년 미만을 입주 기간으로 한다. 거주 및 시설, 제작비용을 지원하고,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학술행사, 오픈스튜디오, 전시, 아카이브, 국제교류 네트워크, 예술가 해외 파견, 시민 대상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구동시킨다.
내용상의 변별 부족은 창작스튜디오가 비판받는 배경이다. 특히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지자체들은 예술가들이 주민 문화향유에 소극적이라며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그렇다. 실제로 스튜디오 간 차별점은 희미한 부분이 있다. 때문에 특성화 전략은 창작스튜디오에 있어 언제나 중요한 고민이자 과제다.
하지만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오랜 경험에 의해 검증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레지던시들이 진행하는 결과보고전은 입주 당시 작업한 창작물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자리이다. 오픈스튜디오와 매칭 프로그램은 예술계 관계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작품을 매개로 소통하는 시간이다. 굳이 버릴 필요 없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주민 문화향유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자체들의 불만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스튜디오의 설립 목적은 창작 진흥이라는 본질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물론 2000년대 초반 이후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거푸집으로서의 책임과 대민 소통의 매개로서의 위치를 요구받고 있음을 모르진 않는다. 다만 작가 창작실현의 심화라는 본연의 모습은 무엇과도 교환될 수 없는 가치이다.
창작스튜디오와 관련해 오히려 재고되어야 할 부분은 지자체의 정책목표가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시스템이다. 산하기관이 다수이다 보니 작은 입김에도 갈대처럼 흔들린다. 이 밖에도 최근 부쩍 회자되는 기초생활문화시설로의 설정을 비롯해, 입주 작가들이 대외적 효과가 강조되는 프로그램에 동원돼 예술과 작가 자체가 도구화되는 상황 역시 고찰의 여지가 있다.
더구나 지역을 말하지만 지역에 정착하기 어려운 단기 입주를 통해 예술가들이 지역사회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운영기관의 발상, 단발성임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의 지역참여가 궁극적으로는 도시재생이라는 보다 큰 흐름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믿는 지자체의 막연한 신념 또한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
이와 같은 부정적 단면들이 내년엔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특정 수단으로서의 예술가상을 그릴수록 예술의 자율성은 위축된다는 것만이라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DMZ문화예술삼매경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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