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연임'.
그 자리가 어디이든 권력의 맛을 보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임기가 두 달 여 남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생각은 어떨까.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실상 그의 연임은 청와대(BH) 의중에 달렸다. 그래서일까. 금융권에선 그가 연임을 위해 뛴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금융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가 2018년 5월 취임 이후 라임 펀드 사태와 키코(KIKO·외환 파생상품) 배상 추진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100% 배상이란 조정을 했다. 부자(1억원 이상)들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 투자자의 원금 손실을 판매사가 모두 물어주라고 주문했다. 판매사는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만 책임지면 그만이다. 시장에선 사모펀드가 원금 보장 상품이 됐다고 꼬집었다.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라임펀드 투자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을 65~78%로 정했다.
문제는 또 있다. 라임 펀드를 판매한 금융투자회사와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멱살'까지 잡았다. 감독당국의 책임은 나몰라라하고, 내부통제 부실이란 명분을 내세워 CEO 중징계를 예고한 것. 앞으로 펀드 상품을 판매할 때 마다 CEO의 재가를 받으란 의미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키코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 간다.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으로 파생금융상품 키코에 가입했던 수출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당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키코 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지적하며 판매사인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3년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윤 원장은 2018년 5월 취임 이후 2013년 대법원 판결로 가라 앉았던 키코 분쟁을 다시 꺼냈다. 대법원의 판결까지 난 이슈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은행의 배상을 이끌었다.
금융권의 불만이 커졌다. '관료 출신이었다면 이렇게 밀어 붙였을까'란 물음표가 던져졌다. 하지만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쓴소리를 낸 주인공은 뜻밖에도 이 정권에서 연임에 성공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그는 지난 1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분조위에서 (키코에 대해)불완전판매로 보상을 하라고 하는데 불완전판매 해석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있다"며 "금감원의 불완전판매 주장은 논리적인 것보다 정치적인 판단이다"라고 꼬집었다. 금융사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었던 말이다.
'라임 펀드 사태'와 '키코 배상'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금융업을 영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새삼 깨닫는다. 지난 2014년 싱가포르에서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이곳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와 해외자본 유치나 마케팅 방식 등을 함께 고민하는 컨설팅 역할을 주로 한다"고 했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
3년 임기 만료를 앞둔 윤석헌 원장. 금감원장 가운데 연임한 사례는 없다. 13명의 금감원장 가운데 임기를 모두 채운 사람도 2명(윤증현, 김종창 전 원장) 뿐이다. 윤 원장은 과연 연임할 수 있을까. /파이낸스&마켓부 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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