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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미술품 물납제도와 미술품의 가치

지난해 5월 간송미술관은 누적된 재정난과 상속세 납부 등을 이유로 소장하고 있던 삼국시대 금동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놨다. 대수장가인 간송이 일제강점기에 거액을 들여 사들이면서 지켜낸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이다.

 

경매는 유찰됐다. 각각 15억 원에 출품되었으나 응찰자는 없었다. 이후 두 보물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품에 안기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간송 보물 경매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국가지정문화재에 관한 공공성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재정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의 경매가 유물로 인한 상속세 탓인 양 잘못 전달되면서 문화재 상속세 논란과 더불어 미술품 물납(物納) 제도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물납이란 세금을 금전으로 납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부동산, 유가증권, 토지보상채권과 같은 특정재산으로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세법상 세금은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지만 법인세와 상속세, 증여세, 양도소득세, 지방세 중 재산세 등의 경우엔 부동산이나 국채, 주식 등의 유가증권으로 물납 가능하다. 

 

미술품이나 문화재는 물납 대상이 아니다. 현금이 아닌 다른 자산을 정부에 넘기고 해당 자산의 가치만큼을 세금 납부로 인정받는 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간송미술관이 국보를 경매에 내놓아 현금화를 시도한 연유이면서 최근 문화예술계 단체 12곳과 전직 문화예술 관료들을 포함한 미술계가 물납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 중 하나이다. 

 

공교롭게도 고 이건희 삼성회장의 상속세와 맞물리면서 물납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나, 사실 미술계는 오래전부터 미술품이 거래될 때마다 작가나 상속권자가 작품 판매금액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을 수 있도록 한 양도불능의 상속 가능의 권리인 '추급권'과 함께 미술품 물납 제도의 시행을 바라왔다. 왜냐하면 미술품 물납제를 도입했을 때 획득 가능한 긍정적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인이 소장한 문화재와 미술품의 해외반출을 막을 수 있고, 국가 소유 공공자산으로서 국민 문화예술향유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루브르의 '모나리자'나 벨베데레에 있는 '키스'처럼 미술작품을 보려는 이들로 인한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한해 유물 및 소장품 구입 예산이라야 고작 50억 내외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처지를 고려하면 미술품 물납 제도는 소장품의 질과 양적 측면에서 고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1968년 미술품 물납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프랑스를 비롯해 등록미술품에 대한 상속세 물납 특례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 영국은 물납 제도를 통해 미술품 소장의 주요 루트인 기증 못지않은 효과를 얻고 있다. 

 

물론 현실적인 관점에서 넘어야 할 산은 높다. 현금이 아니기에 당장의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 미술품 특성상 금전적 가치에 대한 절대적 평가와 객관적 가격 산정이 쉽지 않다. 환금성이 높은 작품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어 어떤 작품을 어떻게 물납에 적용할지에 관한 설계의 어려움도 유효하다. 더구나 현금화와 관리에 따른 국가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지금껏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제도화되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정준모 미술평론가의 말처럼 해외에서 수십 년에서 100년 넘게 해당 제도를 유지해오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건 미술품의 문화적·역사적·학술적 가치에 대한 인정이다. 그 인정의 틀 안에서 정책과 연구가 이뤄진다면 미술품 물납제도 도입에 관한 해법 역시 도출될 수 있다.

 

■ 홍경한(미술평론가·DMZ문화예술삼매경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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