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곳을 건드렸다. 부동산, 공정, 정의, 계층간 사다리 같은 이슈가 집약돼 터져나왔다.
최근 몇년 새 집값은 하늘을 모르고 뛰고 있다. 불과 2~3년만이다. 평생 벌어도 모으기 힘든 몇억원이 이렇게 쉽게 오르는 걸 서민들은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막차를 타고 집을 사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DTI니 LTV니 하며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사람들은 대출받기도 힘들어졌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내집 갖는 꿈도 포기했다.
그런데, 같은 하늘 아래 다른 곳에서는 평생 벌어도 못벌 돈을 순식간에 벌고 있다. 허탈할 수밖에 없다. 전직 청와대 대변인부터 장관들까지 줄줄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자녀들에게는 '아빠찬스' '엄마찬스'를 써가며 좋은 대학 보내고 군대도 빼주고 있는데 '나는 내 자식들한테 뭘 해줬나'라고 반문해보면 좌절밖에 없다.
정부가 25차례 가량의 대책을 쏟아내면서도 잡지 못한 게 집값이다. 그런데 누구는 부동산으로 순식간에 수억원씩 벌고 있었다. 이런 걸 보며 젊은이들 사이에선 '영털'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는 얘기다. 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꼬박꼬박 성실히 살았는데 내집마련의 꿈은 더 멀어졌다. 누구는 자신의 지위와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대출을 받아 엄청난 땅을 사고 부를 축적했다. 영혼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공정'이나 '정의'란 이슈로 연결됐다. 대다수 서민들은 당당하게 부동산 투기를 하는 LH 임직원들을 보며 '지금 우리는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나'하는 절망을 느끼고 있다. 더 화가 나는 건,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찬스를 쓰는 게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안에 따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사회를 살고 있는 인간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미안하거나 불편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들에게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게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촉매가 됐다.
LH 직원이 블라인드에 올린 글처럼, 1만여명이나 되는 LH직원 가운데 광명·시흥에 땅을 산 직원이 없을 수 없다. 개중에는 정당하게 부동산을 공부하고 연구해서 땅을 매입했을 수도 있다. 그 직원 말대로 불법투기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그게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만약 그렇게 떳떳하다면 그 넓은 땅 가운데 족집게처럼 특정 지역을 콕 집어 막대한 대출까지 끌어 집중 매입한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농지에 벼가 아니라 나무를 빽빽하게 심고, 직장을 다니며 직업란에 농업이라고 쓴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누가 봐도 보상금을 노린 투기인데, 그게 아니란 걸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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