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맛보는 와인 ⑦해피해피 와이너리(원제: 포도의 눈물)
"포도나무는 겨우내 눈 밑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다가 봄이 되면 눈 녹은 물을 듬뿍 빨아 올리고는 작은 가지 끝에서 한 방울의 물을 떨어트리지. 그 물방울을 포도의 눈물이라고 불러. 그걸 보면 아…포도나무가 깨어났구나 생각하곤 하지."
일본 영화 '해피해피 와이너리'의 배경은 홋카이도의 작은 시골 마을 소라치다.
와인 영화가 일본이 배경이라고?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맛보기 힘들지만 일본의 와인 양조 역사는 오래됐다. 일본 토착 품종을 국제와인기구(OIV)에 등재했고,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홋카이도는 일본의 주요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그 중에서도 소라치 지역은 한때 탄광 개발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질 좋은 포도를 바탕으로 소규모 와이너리가 많은 곳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띠 동갑인 형 아오와 동생 로쿠는 각자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오는 와인을 만들 포도를 재배하고, 로쿠는 밀을 키운다.
매년 최고의 밀을 내놓는 로쿠와 달리 아오의 와인은 신통찮다. 아오가 와인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아버지의 만류도 뿌리치고 떠나 지휘자로서 모든 열정을 바쳤지만 돌발성 난청은 그를 고향으로 돌아오게 했다.
아오는 자신이 기르는 피노누아와 닮았다. 피노누아는 키우기 힘든 품종이다. 카버네 소비뇽과 달리 아무 환경에서나 못 자라서 끊임없이 보살펴야 한다. 껍질은 얇지만 성장이 빠르다. 시간과 공을 들여서 돌봐줘야만 잘 영글 수 있는 것처럼 아오 역시 그랬다.
"여기 흙으론 안되는건가." 아오가 만든 와인의 문제는 흙이였다. 흙의 맛이, 흙의 냄새가 모든 걸 압도했다.
흙이 문제였던 와인은 흙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흙냄새가 무척 강하지만 이런 와인일수록 세월이 흐르면 좋은 와인이 된다.
사실 맛을 보지 않고 표면적인 사실만 봐도 이곳은 와인용 포도를 기르기 좋은 곳이다. 탄광 개발로 유명했던 곳이며, 에리카가 찾는 암모나이트가 잔뜩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미네랄을 담뿍 머금은 떼루아란 얘기다.
"흙은 차곡차곡 쌓여온 생명이라고 생각해. 포도나무는 거기에 뿌리를 뻗어 모든 걸 흡수해 하늘을 향해 자라지. 흙과 거기에 사는 식물의 힘을 믿고 지켜봐줘. 몇 억 년이라도. 그러면 틀림없이 그 나무는 최고의 열매를 맺어줄거야."
소라치에서 아버지 세대에게 검은 다이아몬드는 석탄이었다.
"그건 피노누아에 할 말이죠. 피노누아가 햇빛을 받아 빛날땐 정말로 다이아몬드처럼 보여요."
아오의 검은 다이아몬드는 바로 피노누아다. 어찌보면 석탄이나 피노누아나 켜켜이 쌓인 흙과 눈물 속에서 만들어지니 둘이 다르지 않다.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건배 장면을 견디려면 와인 한 잔이 아니라 퇴근 후 와인 한 병은 놓고 봐야 할 영화다. 경찰관 아사히의 말이 맞았다. "하루의 마무리로는 역시 건배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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