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 장터로 꼽히는 화랑미술제가 코엑스에서 지난 3일부터 5일간 진행됐다. 결과는 대성황. 관람객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작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5만명 정도로 집계됐고, 작품 판매 또한 지난해의 두 배인 72억을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관람객은 30%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판매액 역시 역대 최대이다.
깜짝 실적의 배경엔 국내외 아트페어가 줄을 잇던 과거와 달리 문화소비 욕구를 채워줄 무대가 협소한 근래 상황이 놓여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에 발이 묶인 컬렉터들이 대거 작품 구매에 나섰고,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코로나19로 지난해 개최가 무산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의 발길도 화랑미술제로 향했다.
젊은 층의 유입 역시 흥행에 한몫했다. 기존 5060 컬렉터들의 2세들이 미술시장에 등장하며 예년과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화랑 관계자들에 의하면 3000여 점의 미술품을 선보인 화랑미술제의 경우 팔린 작품의 절반가량은 새로운 컬렉터들이 구입했다. 2040세대가 주를 이뤘으며, 100만원에서 500만원대의 작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화랑미술제는 주식과 부동산에 이어 그림 또한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받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낳았다. 이른바 '아트 재테크'이다. 부동산은 규제가 많고 증시는 널뛰기를 하지만 미술품은 비교적 투자 위험이 적으면서도 감상과 수익까지 가능하다. 세제상 유리한 요소가 많아 소위 '세(稅) 테크'로도 제격이다.
실제로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르면 미술품을 팔아 올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양도가액이 6000만원이 안 되면 세금이 없다. 국내 생존 작가 작품 역시 비과세이다. 필요경비도 양도가의 최대 90%까지 인정된다. 빈번한 미술품 거래에도 고율 과세를 하지 않는다.
최근 미술경매사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현상에서 알 수 있듯 미술품에 대한 자산가치가 인정받으면서 향후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감상과 달리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들여다봐야 할 요소들이 많다. 작품의 예술성을 포함한 미술사적 의미부터 고려해야 하고,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을 투자해야 한다. 초보자라면 연봉의 10~20% 선에서 시작하는 게 혹시 모를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처음부터 고가의 유화를 사기보다 비교적 저렴한 드로잉이나 판화부터 접한 후 점차 컬렉션의 폭을 넓혀가는 게 좋으며 입문자일수록 유통에 있어 가격의 투명성을 갖춘 경매장에서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산이 많고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작고 작가와 근대미술 작가 작품에 주목하는 게 현명하다. 갑자기 많은 작품이 시장에 풀리지 않는 한 희소성 등이 작동해 가격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확률은 낮다.
다만 예술성이 누락된 채 '미술=돈'으로만 바라보는 건 반쪽 시각이다. 미술시장이 미술구조의 전부는 아니요, 잘 팔리고 비싼 것과 미술의 가치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은 일반 경제적 기준에 의해 평가되지 않는 상징적 재화이고, 사회적 의사표시로서 미술의 경제성이 곧 진정한 미술품의 가격이다. 따라서 예술의 역할과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재화획득을 위한 하나의 고급 콘텐츠로써만 미술품을 이해한다면 사실상 문맹과 다름없다.
■ 홍경한(미술평론가·DMZ문화예술삼매경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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