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이기적 유전자

#.해장은 술로 인해 생긴 숙취를 푸는 일이다. 술 기운을 풀거나 이를 위해 해장국이나 약간의 술을 마시기도 한다. 해장국, 해장술이란 명칭은 일제강점기에 등장했다고 한다.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는 '해정술'이, 김동인의 소설 '운현궁의 봄', 염상섭의 '삼대'에서는 '해정'이 나온다. 해장국은 뜨끈한 국물을 먹으며 뱃속을 편히 하고 속을 풀어낸다는 의미로 먹는 음식이다. 해장국을 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뜨거운 국물을 먹으며 '아, 시원하다'고 한다. 그리고 속이 풀리고 있다고 위안한다.

 

#.'촛불정부' 이후 '해장국언론'이 등장했다. 극명하게 편이 갈린 탓이다. 누가 우리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가다. 읽고 싶은 것만 읽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내편'을 들고, '다른편'은 호되거나 모질게 꾸짖는 언론을 찾는 시대다. 하지만 언론의 사명은 누구 편에 서는 것이 아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명이다. '우리편'을 편드는 것이 아니다. 잘못은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언론의 길이다. 하지만 왼쪽과 오른쪽으로 확연히 갈라진 대한민국에선 양쪽 모두 해장국언론을 원하고 있다. 반대편 언론의 기자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가 되는 세상. 언론은 언제나 반성과 개혁의 대상이다. 하지만 모두가 쓰레기는 아니다.

 

#.진보언론의 '대명사'로 통하는 에이치(H)신문의 한 선배를 만난 적이 있다. '조국 사태'가 불거진 때였다. 편집국에선 기사 방향을 놓고 첨예한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치열한 토론 끝에 '우리편'의 잘못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는 쪽이 우세했다. 기사도 그렇게 나왔다. 하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단다. 우리편을 향해 칼을 들이댔다며 '보복'했다. '문자 폭탄'은 기본이었고 신문사로선 치명적인 '절독'으로 이어졌단다. 그는 예상밖의 절독 사태가 일어나 심각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잘못된 것을 잘못했다고 하지 못하는 세상이 밝은 세상일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처럼,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언론이 바른 것일까. 언론은 어느 쪽의 속을 풀어주는 창구가 아니다. 우리편이 항상 옳지 않다. 실수나 잘못이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정의와 공정을 얘기할 수 있다. 우리편이 아니라고 '피해자'를 다시 공격하는 것은 바둑으로 치면 하수다. 좀스럽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편은 잘못해도 괜찮다고 말할 것인가. 우리편에게 불편하면 '가짜'이고 '기레기'인가. 팩트(사실)가 기본이다.

 

#.많은 것과 이별하는 시대다. 나쁜 것과도 이별해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꿀벌은 부저병(foul brood)이란 세균성 전염병에 걸리는데 벌 마다 대처가 다르단다. 위생적인 꿀벌은 병에 걸린 애벌레를 발견하고 봉방(벌집)에서 끄집어내 버림으로써 병을 빨리 근절하고 그렇지 않은 벌은 그냥 방치해 병에 걸리기 쉽다고. 우리편이라고 감싸다간 같이 병에 걸리기 쉽다. 항상 함께 하는 것만이 시너지가 아니다. '이기적인 찬스'를 쓰는 사람이나 상대편만을 공격하는 '해장언론'을 멀리해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책을 통해 영향력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이타적인 문화를 만든다면 이기적인 개인도 그 문화에 익숙해져 천성과 다르게 이타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내편 네편','불공정', '부모찬스', '해장국언론'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들과도 결별하자. /파이낸스&마켓부 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박승덕 부장.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