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최근 페이스북에 연달아 올린 글이 논란이다. 그는 왜 이 시점에, 이런 글을 올렸는지 의문 투성이다.
23일 게시된 임종석 이사장의 페북 글은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로 시작한다. 이어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 호텔 밥 먹지 않고 날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였다.'로 이어진다.
박 전 시장 밑에서 한 때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바 있는 임종석 이사장은 서울시의 바뀐 여러 모습을 보며 고인을 기렸다. 그러면서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솦 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는 소회도 적었다.
분명, 박원순 전 시장은 시정 행정 측면에서 보면 이전 서울시장이나 광역단체장들과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임종석 이사장의 말대로 서울시 곳곳에는 고인의 업적이 남아 있다. 고인이 검소하게 공직생활을 했다는 점도 부인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실도 분명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한 시민단체의 캠페인처럼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서울시장의 부재 때문에 하는 것이다. 서울시장이 왜 부재상황이 됐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비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른 곳에 써야 할 487억원 가량의 예산이 이번 보궐선거에 집행되고 있다. 더욱이 새로 서울시장이 선출되더라도 임기는 1년 남짓 남았다. 1년짜리 서울시장을 뽑기 위해 비효율적인 재정이 집행되는 셈이다.
임종석 이사장이 고인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개인의 의견을 타인들에게 보이기 위해 페이스북이란 매체를 활용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더욱이 임종석 이사장은 한 때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지금도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페이스북의 글은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금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서울시민이 아닌 사람들도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을 가질 정도다. 누구보다 정치에 대해 잘 아는 그가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고인의 업적이 곳곳에 묻어 있는 서울시를 보면서 고인을 기리기 위해 순수한 의도에서 저런 글을 올렸다고 믿기 힘든 이유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 후보가 열세에 몰리자 판세를 뒤집기 위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흩어진 힘을 결집해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그런 게시물을 올렸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만약 그런 의도로 페북에 글을 올렸다면 신중하지 못했다고 조언해주고 싶다.
얼마 전 여권과 지지층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선거운동'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렇다면, 거꾸로 보자. 이번 임종석 이사장의 페북 글은 선거운동이 아닌가.
오히려 고인을 선거운동에 활용해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만약 임종석 이사장이 고인을 진정으로 애도한다면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을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가뜩이나 진보진영은 성인지 수준이 천박하다고 비난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또 다시 고통을 주는 2차 가해는 자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어사전에 보면 청렴(淸廉)이란 단어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라고 나온다. 고인이 행정업무에서, 금전적으로 탐욕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성품과 행실이 맑았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그의 '청렴'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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