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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읍참마속과 제갈공명

이정희 대기자.

희대의 전략가로 불리는 제갈공명이지만 그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다. 당대의 라이벌 위나라와 맞붙는 일생일대의 격전을 앞두고 제갈공명은 아끼는 장수인 '마속'을 선봉에 내세웠다. 그러나 마속은 위나라와의 가정(街亭) 전투에서 제갈공명의 지시와는 반대로 군을 이끌고 산으로 올라가 진을 쳤다가 위나라 장수 장합에 의해 수많은 병사들을 잃고 만다. 패장 마속은 목숨만 간신히 부지해서 돌아왔다. 제갈공명은 군율을 어긴 마속을 처형했고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고사성어의 탄생 이야기다.

 

그러나 세상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제갈공명은 아끼는 수하의 잘못을 냉정하게 벌하였으나 결코 마속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는 않았다.

 

"과오는 신(臣)이 아랫사람에게 임무를 잘못 맡긴데 있습니다. 신은 사람을 알아보는 명철함이 없었으며, 일을 맡김에 어두움이 많았습니다. 청컨대 저 스스로 직위를 강등시켜 책임을 다하게 해주십시오."

 

이 상소는 물론 왕에게 올린 것이지만 더불어 백성과 병사들에게도 고한 것이다. '읍참마속'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제갈공명은 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마속의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를 천거하고 임무를 준 자신의 책임을 통렬히 물었다. 그의 이름이 역사에 빛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 실장이 전·월세 인상률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에 자기 소유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상한선의 3배(14%·1억2000만원)나 올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하루만에 이뤄진 조치다. 김 실장은 진보 경제학자로 불리며 참여연대 '재벌 개혁 운동'에 앞장섰다.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문 정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공정 경제'에 기여했다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됐다. 그런데 그 역시 '내로남불'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 '유·시·민(유명대학·시민단체·민주당)'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명문대학 출신이나 대학 교수들, 시민단체 출신들이 당·정·청 모두에 대거 진출했고, 서로를 밀고 끌어주는 네트워크도 가동됐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아예 참여연대 출신이 도맡았다. 초대 정책실장 장하성과 이어 등용된 김수현 모두 참여연대의 간판급 인사였다. 장하성·김상조는 재벌 개혁을 외쳤고, 김수현은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의 틀을 짰다.

 

그나마 성공적이었다면 모르겠다. 현 정부 5년 차를 앞둔 지금 이들이 밀어붙인 소득주도 성장부터 최저임금, 부동산, 북핵, 외교 등 손대는 일마다 파열음을 내거나 내고 있다. 그 대가가 30%대로 추락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그 패착의 핵심을 꼽자면 단연 인사 실패다. 우리 편이 아니면 다 적폐로 몰아 인재를 고루 등용하지 않았다. 나라의 미래보다 출세에 급급한 '폴리페서'와 시민운동가 출신들이 설익은 정책으로 현장을 혼돈으로 몰아가면서 민심이 등을 돌렸다. 나라가 정상이 될려면 어설픈 폴리페서나 시민운동가의 권력 참여 실험은 늦기는 했지만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

 

위·촉의 세력 확장에 시달렸던 오나라 손권이 나라를 지킨 비결은 뭔가. 뛰어난 용인술이다. 전쟁마다 양상이 다른 만큼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장수를 내세웠다. 인재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인재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구중궁궐에 머물고 있는 대통령이 지금이나마 그 이치를 깨닫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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