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여 공방전 끝에 합의 이룬 LG-SK…양사 피해 커
-'두 마리 토끼' 잡은 바이든…K-배터리도 돌파구 찾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약 2년 만에 '배터리 분쟁'에 합의하면서 한미 정부의 합의 권장 등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쟁이 결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K-배터리 위기설을 돌파하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날 합의안을 발표함으로써 이른바 '배터리 분쟁'을 끝냈다. 해당 합의문에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관련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며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배터리 분쟁은 LG가 앞서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당시 LG는 2017년부터 2차전지 관련 핵심 기술이 다량 유출됐다며 SK의 셀, 팩, 샘플 등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후 올해 2월 ITC는 SK에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이밖에 양사는 ITC서 특허권 침해 소송 2건도 진행 중이다. SK는 LG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제기에 맞대응해 2019년 9월 LG가 파우치형 배터리의 두께를 늘리는 내용의 특허와 파우치 방식 배터리의 안정적 구조를 위해 접착패드를 셀과 셀 사이에 끼워 넣는 방식의 특허 등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또, LG도 다시 SK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 미국 특허 3건과 양극재 미국 특허 1건 등 총 4건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냈다.
◆'벼랑끝 전술' 펼치던 양사…전격 합의 배경은?
LG와 SK는 지난 2월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합의에 진척이 없는 등 외려 여론전을 벌여왔다. 이에 ITC 판결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 기간인 60일도 그 시한이 다 되어가던 상황이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는 11일, 한국 시간으로는 12일 오후 1시가 데드라인이었다. 그런데 오래 지속된 분쟁으로 인한 피해 악화, 국민적 피로도, 한미 양국의 압박 등이 양사 극적 합의에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다.
특히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고 합의도 안 될 경우 패소한 SK는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었다. ITC 판결에 따라 10년간 미국 시장 내에서 영업활동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SK는 이미 미국 조지아주 내 배터리 제1공장을 갖고 있고,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재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한 상태로,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들여 현지 배터리 생산량 확보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 같은 계획 무산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자 SK는 외려 미국 시장 철수라는 '벼랑끝 전술'을 펼치기도 했다. SK는 바이든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현재 건설 중인 26억 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의 조지아 배터리 공장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끝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합의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서 이긴 LG도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ITC의 '10년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미국 수입금지' 결정이 무효가 되어도 입는 피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SK가 미국 시장을 철수하더라도 ITC소송 항소,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 손해배상 소송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LG도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소송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이익보다는 손실이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지 타격을 상당히 입은 부분도 합의에 이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과 미국 정부가 양측의 합의를 권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회의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분쟁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아울러 양사는 2019년부터 한국 경찰, 검찰 등에 고소전을 이어왔고, 미국 ITC에 제소하기에 이르면서 이 과정에서 서로 낯 뜨거운 비방전을 일삼았다. 이로 인한 국민적 피로도도 높은 상황이었다.
◆사실상 승리자는 '조 바이든'?…"두 마리 토끼 잡아"
업계에서는 LG와 SK의 이 같은 배터리 분쟁에서 최종 승리자가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평가도 이어진다. 최종 판결 이후 약 두 달간 공방전만 이어오던 양사가 합의를 이루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됐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소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왔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고 LG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친환경 자동차 산업 전략과 양질의 일자리 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바이든 대통령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LG와 SK가 거부권 행사 시한 이전에 합의를 이루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강조해왔던 지식재산권 보호는 물론, 전기차 관련 정책, 일자리도 지킬 수 있게 됐다. SK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은 최종 가동할 경우 약 2600여 개의 일자리가 생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러한 상황에 조지아주 주지사와 완성차 업계 등으로부터 거부권 행사에 대한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 세 번이나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켐프 주지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에도 바이든 대통령에 보낸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조처가 없으면 SK의 26억 달러(약 2조8992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의 장기 전망이 큰 타격을 받는다"라며 "대통령은 2600개의 일자리가 달려 있는 또 다른 결정을 앞두고 있으며 옳은 결정을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SK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으로 피해가 불가피해진 미국 완성차 업체들에도 불똥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였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이미 SK와 전기차 배터리 납품 계약을 끝냈지만, ITC 판결로 각각 4년과 2년 내에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두 회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또, 폭스바겐도 성명을 통해 "궁극적으로 두 공급 업체가 법정 밖에서 이 분쟁을 잘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합의를 촉구했다.
◆K-배터리의 '위기설'…양사 합의가 돌파구 될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K-배터리는 최근 위기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같은 위기설의 배경에는 LG와 SK간 배터리 분쟁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에 따른 SK의 미국 내 수입금지로 인해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도 이 같은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폭스바겐은 이러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의 소송 리스크를 감안한 듯 최근 배터리의 내재화 계획을 내놨다. 글로벌 전기차 2위 업체인 폭스바겐은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파워 데이'를 통해 2023년부터 통합 셀을 도입해 2030년까지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의 80%에 달하는 전기차에 통합 셀을 장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4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기가팩토리 6곳도 유럽에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결정이 K-배터리에 등을 돌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SK의 수입금지 등에 따라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향후 공급처에서 K-배터리를 배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점유율도 축소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전기차(EV·PHEV·HEV)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 3곳의 점유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은 각각 2위와 5위, 6위를 기록해 모두 톱10 안에 들었다.
그러나 점유율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3.3GWh에서 올해 같은 기간 4.8GWh로 45.8%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점유율로는 26.6%에서 19.2%로 하락했다. 삼성SDI의 경우 같은 기간 1.1GWh에서 1.3GWh로 23.8%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점유율은 8.6%에서 5.3%로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0.7GWh에서 1.3GWh로 69.0% 성장했지만 점유율은 6.0%에서 5.0%로 낮아졌다.
반면 1위 CATL과 4위 BYD 등 중국계 업체들은 전체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했다. CATL은 지난해 1∼2월 2.1GWh에서 올해 같은 기간 8.0GWh로 늘어 272.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점유율도 지난해 17.3%에서 올해 31.7%로 확대됐다. BYD도 지난해 1∼2월 0.4GWh에서 올해 1.8GWh로 401.8% 성장했다. 점유율은 2.8%에서 7.0%로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합의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