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공익법인·비영리 사단법인 투명성 제고 방안 없나
본지 보도, 광진장애인총연합·장애인복지일자리協 모두 비영리 단체
회장·대표 1인 체제로 탈법·탈세 의혹 곳곳…경찰·세무당국 조사나서
기부금·기부영수증 '불법 거래' 공익법인, 투명성 높일 제도 개선 절실
조세재정연구원 "기부금 정보 수집 핵심…기부금 단체가 신고토록 해야"
전문가 "공익법인 통합 관리 컨트롤타워 필요…대안은 공영감사제 도입"
지정기부금단체로 불리는 공익법인과 이를 포괄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개인이나 법인 등 외부로부터 기부금을 받기 때문에 더욱 투명하고 엄격하게 운영해야 할 공익법인의 탈법·탈세 행위가 대표적이다.
공익법인이 기업, 개인 등 기부자와 짜고 '가짜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주거나, 받은 기부금이나 현물 가치보다 더 큰 금액의 기부금영수증을 허위로 끊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메트로신문이 지난 3월부터 두 차례 단독보도를 통해 이슈가 된 (사)광진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사)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도 그 중 하나다. 두 단체 모두 최근까지 같은 인물이 회장과 대표를 각각 맡았었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공익법인(지정기부금단체)은 총 5597곳에 이른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광진구의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는 '장애인 취업알선, 장애인인권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2017년 9월29일 공익법인으로 지정됐다. 지정기간은 2022년 12월31일까지다.
이 협회의 대표를 맡았던 김모 씨는 친분이 있는 지인의 음식점에 가짜로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주고, 이 음식점은 기부금영수증을 통해 세금을 감면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협회는 또 한 기업으로부터 7000만원에 가까운 차량을 기부받았지만 1년도 안돼 이를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를 한 기업엔 차량값 만큼의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줬다.
김 씨는 관련 기사가 나간 뒤 메트로미디어에 내용증명을 보내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는 본지의 '가짜 기부금영수증 발행 의혹' 보도 이후 협회 홈페이지에서 기부금 영수증 발급 내역서를 아예 삭제했다.
또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돼 있는 내용을 확인한 결과 협회 대표자가 김 씨에서 이모 씨로 바뀌었다. 하지만 협회 홈페이지에는 김 씨가 여전히 대표자로 돼 있다.
광진구청은 이 협회를 둘러싸고 제기된 '탈세 의혹'에 대해 관할인 성동세무서에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세무서 관계자는 "광진구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았다"면서 "법인세법과 관련 규정 등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다. 다만 조사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성동세무서측은 또 가짜 기부금영수증을 통해 세금을 감면받은 해당 음식점엔 수정신고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덜 낼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의미다.
국세청 분석 결과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거짓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한 단체는 327곳에 달했다. 이들 단체가 거짓으로 발행한 기부금영수증은 5만9066건이었고, 금액은 총 922억원 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익법인이 기부금영수증 발행 특권을 이용해 이를 악용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2019년 징역형을 확정받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새희망씨앗'이 대표적이다. 새희망씨앗 윤모 회장은 결손 아동을 후원한다는 명분으로 127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받은 뒤 정작 후원을 하지 않아 징역 6년의 원심이 확정됐다.
윤 회장은 2014년 당시 ㈜새희망씨앗과 사단법인 새희망씨앗을 설립해 함께 운영했다. 윤 회장과 회사 관계사들은 상담사를 동원해 불특정 일반인에게 후원 권유 전화를 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교육지원을 한다며 교육콘텐츠를 구입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때 사단법인은 기부영수증을 요구하는 일부 기부자들에게만 영수증을 발급해줬다.
후원에 참여한 피해자는 3년5개월 동안 4만9750명, 피해금액은 127억260만원에 달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대부분 새희망씨앗의 운영비, 인건비로 사용됐고 윤 회장 개인 주머니로 들어갔다.
국세청 홈택스에 올라온 공익법인들의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일부 단체는 이월 기부금을 누락하거나, 지출 내역을 모호하게 신고했다. 과거 정의기억연대처럼 기부금 사용 내역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다반사다.
경기 평택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성○○의 2020년 기부금 지출 명세서(국내사업)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지급목적이 '보육원운영비 외'로 공시돼있다. 대표 지급처명에도 '△△보육원'만 적혀있다. 다른 단체들이 지급대상, 지급품목, 구매업체 등을 '휠체어 부품 값' '○○고등학교 n명 장학금' '△△텔레콤' 등으로 공개한 것과는 다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9년 12월 펴낸 '기부금의 투명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기부단체를 이용한 탈세 등 조세범죄 유형으로 ▲기부단체가 일정 대가를 받고 허위 기부금영수증 발급 ▲현물·서비스 기부에 대해 실제 가치보다 높은 금액의 기부금영수증발급 ▲기부자가 아닌 제3자에게 기부금영수증 발급 ▲기부자가 기부금영수증 위조해 기부금 공제 신청 ▲소득세 신고 이후 기부단체에 납부한 기부금 일부 또는 전부 환급 요청 ▲비적격단체의 기부금영수증 발행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조세재정연구원은 "거짓 기부금영수증을 효율적·효과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선 기부금 정보의 수집이 가장 핵심"이라며 "적정한 기부금 정보가 적시에 이뤄져야 이후 단계인 분석·조사가 가능하고, 최대한 세부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보 제공이 이뤄지도록 해야 사전적인 예방 효과도 일부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정보수집과 관련해 현재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효율적인 방법으로 기부금 정보를 기부단체가 직접 세세하게 신고토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다.
공익법인이 이처럼 더욱 엄격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하는 이유는 바로 '기부금' 때문이다.
공익법인은 기업이나 개인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그 대가로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준다. 기부한 법인은 10% 한도에서 비용처리가 인정돼 법인세를 아낄 수 있다. 개인도 기부금의 15%(1000만원 이하)를, 1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선 3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공익법인은 기부금영수증 발급을 무기로 더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흑심'이 생긴다면 탈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검은 돈이 판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는 공익법인들의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공영감사제'나 '공공감사제'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앙대 경영학부 정도진 교수는 "지정기부금단체, 공익법인이 너무 많다보니 이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감독 주체가 명확하지 못해 단체·법인들의 세금 포탈 행위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원스톱 컨트롤타워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공영감사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기부금은 공공재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익법인은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해야한다. 대신 일반 기업처럼 재무제표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 유용 여부, 규정·규범 준수 여부 등도 종합적으로 감사해야한다. 공영감사제는 공익법인 등 단체의 횡령, 탈세 등을 효과적으로 막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익법인을 포괄하는 비영리 사단법인도 임의단체 등에 비해 더욱 엄격하게 운영돼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광진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 모두 서울시가 인가해 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연합회 전 회장인 김 씨는 장애인 관련 비영리 사단법인을 운영하면서 구청으로부터 나오는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관내 사업자를 동원해 '돈세탁'을 의심할 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김 씨는 이와 관련해서도 내용증명을 통해 사업자들로부터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이는 순수하게 법인 통장을 통해 들어왔다고 밝혔다.
광진구청은 김 씨의 '돈세탁' 의혹에 대해선 현재 광진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 인가 비영리법인은 총 4379곳에 달한다. 여기엔 사단법인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법인, 재단법인, 공익법인이 모두 포함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비영리법인은 특히 2010년 이후 눈에 띄게 늘었다. 신규 허가 기준으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사이 연평균 80곳이던 것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평균 242곳씩이 새로 생기면서다.
이 가운데 사단법인이 3640곳으로 전체 비영리법인의 83%를 차지한다.
서울시의 비영리 사단법인 허가 건수 역시 연평균 67곳(2000~2009년)에서 219곳(2010~2020년)으로 최근 10여년 사이 크게 늘었다.
사회 변화 추세에 맞춰 비영리 사단법인의 활동 영역이 장애인, 여성, 청소년, 노인, 문화, 예술, 디자인, 스포츠, 건강, 국제교류, 보건의료 등의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다.
서울시엔 광진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같은 장애인 관련 비영리사단법인만 242곳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영리 사단법인이 법인의 명칭 결정, 정관작성, 창립총회 등을 거치고 주무관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아야하는 등 엄격한 절차를 밟아야하지만 광진구의 사례에서 보듯 대표자 등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허가를 내준 주무관청의 행정력이 무력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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