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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입맛따라 ESG…식품기업에 장애인은 소비자가 아닌가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소비자가 아닌 걸까. 장애인에게 사람의 삶 중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식(食)'에 해당하는 부분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식품의 제품명, 유통기한 등 최소한의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음료의 경우 제품명 표기 없이 점자로 '음료'라고만 쓰여있고, 과자에는 점자표기가 전혀 없다. 신체장애인이 스스로 제품을 개봉하기도 쉽지 않다. 아이시스, 비락식혜, 칠성사이다, 코카콜라, 테라 등 점자 표기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부족하다. 어떤 브랜드 제품인지, 제조 일자 및 유통기한과 같은 세부적이지만 기본적인 정보는 알 수 없다.

 

결국 장애인은 식품을 구매하고 섭취할 때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많은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누구의 도움이 없어도 판단하고 선택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의 원칙이 자기결정권 보장임에도 식품기업에서 출시하는 제품들은 이들의 '식(食)'에 대한 권리마저 침해한다. 현행 소비자기본법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표시 방법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소비자 기본법의 법률 제10조(표시의 기준)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물품 등을 잘못 선택하거나 사용하지 않도록 시각장애인을 위한 표시방법에 대한 기준을 국가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제4조에는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에 물품뿐 아니라 이를 선택함에 있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식품 기업에서 주장하는 것은 '비용의 문제'다. 음료 캔에 점자를 넣을 경우 캔 뚜껑을 찍는 금형을 추가로 제작해야 한다. 해당 비용은 약 2000만원 정도다. '음료'라고 동일하게 표기하는 대신 개별 음료마다 다른 점자가 새겨진 뚜껑을 덮기 위해서는 생산설비를 종류에 따라 바꿔야 한다. 이러한 비용논리는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 데서 나온다. 같은 '사람'으로서 음식을 누릴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신 '비용이 더 드는' '시혜의 대상'인 장애를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이다.

 

올해도 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돌아왔다.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곳곳에 남아있고, 사회는 장애인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식품회사의 제품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마저 부재함을 찾을 수 있다. 식품회사가 생각하는 ESG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그들의 ESG는 '스펙좋은 여성임원 최초 선임'으로 끝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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