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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99>최악의 봄서리…2021빈티지의 운명은

안상미 기자.

밤이 됐지만 온 포도밭이 환하다. 포도밭 고랑마다 설치된 수백, 수천개의 난로가 열기를 내며 불을 밝혔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포도나무의 싹이 얼어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아예 기온이 뚝 떨어져 영하의 날씨가 이어진 곳에서는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 뿌려진 물은 금새 얼어붙어 새싹에도 얼음 주머니를 씌우고, 가지가지마다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잔인한 4월을 맞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의 얘기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이너리 테누다 디 트리아노. /와인스펙테이터

우리나라도 이번주 들어서는 여름인가 싶게 기온이 높아졌지만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례적인 꽃샘 추위가 이어졌다. 강원도 산지와 내륙은 최저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뚝 떨어지며 때 늦은 한파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봄 추위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달 초 한랭전선이 프랑스를 먼저 강타했고, 중순 이후로는 이탈리아로 이동해 타격을 줬다.

 

서리는 영하의 차가운 공기가 지표면에 모여 땅이나 포도나무에 있는 증기를 얼려 생긴다. 봄에 새로 돋은 싹이나 어린 순은 서리를 맞으면 죽는다. 아예 싹을 죽여버리니 서리 중에서도 봄 서리는 그 피해와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기상 이변으로 지난 2019, 2020년도 봄 서리가 발생하긴 했지만 이번은 25년 만의 최악이라는 지난 2017년 수준이다.

 

서리를 막을 순 없어도 피해를 줄일 방법은 있다.

 

먼저 불을 피우는 방법이다. 난로나 대형초가 내는 열기는 공기를 순환시켜 차가운 공기가 내려와 서리가 되는 것을 일부 방지한다.

 

바람을 일으키는 기풍기도 있다. 큰 선풍기라고 보면 된다. 기풍기가 따뜻한 공기를 끌어들여 지표면 온도를 어는 점 이상으로 유지토록 하고, 일부 기풍기에는 난로도 같이 탑재한다.

 

지난 2019년 프랑스 부르고뉴 샤블리의 와이너리 윌리엄 페브르. 봄 서리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포도밭에 물을 뿌렸다. /나라셀라

다음은 스프링클러다. 포도나무에 물을 뿌려 바로 얼게 한다. 냉해를 막겠다면서 무슨 얼음인가 싶겠지만 오히려 얼음막을 씌워 싹과 순을 보호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물이 얼때 발생하는 잠열은 얼음주머니 안의 온도를 영하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이번에 서리 피해가 더 큰 것은 지난달 따뜻했던 날씨 때문이다. 예년보다 따뜻해 포도나무마다 더 많은 싹이 일찍 텄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에서는 눈과 비가 내리면서 서리로 인한 피해가 악화됐다. 습하다 보니 새싹은 더 쉽게 얼어죽었다. 우리가 겨울에 머리를 제대로 안말리고 나가면 더 쉽게 감기에 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와이너리 관계자는 "피해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며 "일부 지역은 영하 7도까지 떨어졌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와이너리들 역시 아직 피해규모를 가늠조차 못하고 있다. 추운 날씨로 인해 포도의 성장은 멈춰있고, 전체 생산량에 대한 정확한 영향을 평가하기까지는 1~ 2 주는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2021년 빈티지는 소위 '망빈(망한 빈티지)'이 될 것인가. 생산량은 줄겠지만 품질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다.

 

25년 만에 최악의 봄 서리를 맞았던 2017 빈티지는 우려와 달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와이너리는 포도재배를 아예 하지 못했고, 고지대에 주로 위치한 그랑크뤼 포도밭도 생산량이 20% 가량 줄었던 해였다. 잔인한 봄과 달리 온화한 여름만 와준다면 다시 한 번 섬세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타닌의 와인을 기대해 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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